[K-Zodiac] "사슴 鹿(록)" 이야기

- 숲의 심장

by 웅토닌

[K-Zodiac] 여덟번째. "사슴 鹿(록)" 이야기

- 숲의 심장


새로운 들판에 닿은 뒤,
숲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말은 길을 열었고, 동물들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두가 조금씩 지쳐 있었다.
너무 오래 달렸고, 너무 많은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 사슴이 숲 한가운데로 나왔다.
그저 숲의 가운데에 조용히 서 있었다.
사슴이 서 있는 곳에는 이상하게도
풀이 먼저 자랐고, 물이 오래 머물렀다.


사슴은 숲의 한가운데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중심을 차지하려는 의지도, 지키려는 욕심도 없었다.
다만 잠시 서 있었다.
숲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 동안.


말은 다시 길을 냈고,
새들은 각자의 높이에서 노래를 골랐다.
땅 위의 동물들은 더 이상 서로의 발자국을 경계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였는지, 누가 더 강한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사슴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는
다툼이 자라지 않았다.


사슴은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규칙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낮추고 풀을 뜯었고,
귀를 세워 숲의 숨결을 들었을 뿐이다.


그 모습에
다른 동물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내가 지키려는 것은
정말 생존인가, 아니면 두려움인가.”


사슴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지만

모두가 그 앞에서는 조금 느려졌다.

속도를 늦추자 상처가 보였고,
상처를 보자 불필요한 공격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숲은 알게 되었다.

균형이란 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리듬을 침범하지 않는 것임을.

사슴은 어느 날 잠시 숲을 떠났다.
그러나 숲은 더 이상 예전의 숲이 아니었다.

중심이 사라졌는데도 숲은 무너지지 않았다.


어느 날, 두 무리가 먹이를 두고 마주쳤다.
긴장감이 숲에 번졌다.
놀랍게도 두 무리는 서로를 밀치지 않았다.
사슴의 고요가 그 사이를 채웠기 때문이다.


하늘은 사슴을 보고 말했다.
“너는 싸우지 않음으로 숲의 숨을 되돌린 존재다.”
그래서 사슴은 '조화의 별’ 이 되었다.
이 별은 사람들이 이렇게 느낄 때 빛난다.

“왜 이렇게 마음이 흩어져 있을까.”
그때 사슴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멀리 보려 하지 말고,

지금 서 있는 곳의 숨부터 느껴.”

숲의 호흡 말이 길을 열었다면
사슴은 그 길을 머물 수 있게 만든다

이제 숲은 사슴 없이도

스스로 균형을 기억하고 조화를 이룬다.

다음은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
"오리 鴨(압)" 이야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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