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타 Aug 11. 2023

요리로 사유하기 - 프롤로그

맛있는 요리와 삶의 맛


 요리는 기술적인 측면, 감각과 창의성 등의 개인적인 자질을

종합적으로 발현시켜야 하는 활동이니, 이것이 곧 예술이다.


먹음직스러운 비주얼, 군침 도는 향기, 맛있게 조리되는 소리, 혀에서 느껴지는 맛,

먹은 음식에 따라 따뜻하거나 시원해지는 몸 그리고 마음.
오감에 추억과 기억까지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인간만큼은 아니지만 종에 따라서는 동물도

어느 정도의 사고에 따른 행동능력과 감정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불을 사용해 요리를 해서 먹고사는 생물체는 적어도 지구상에는 인간뿐이다.

요리라는 것이 생태계에서의 내외적 진화에 있어

인간을 더 도약시키는 데에 공헌을 셈이다.



 요리에서 흥미로운 건 같은 재료와 같은 레시피가 주어져도

만드는 사람마다 맛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손맛'이다.


물론 개인적인 요리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당장 놓인 재료를 한 움큼 집느냐 한 스푼을 넣느냐에도 그 사람의 성향이 반영된다.

음식 한 접시에도 우리의 마음과 생각, 살아온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래서 요리사의 마음가짐과 에너지에 따라
완성된 요리의 맛과 형태 역시 다른 것이다.



 맛에는 단맛•짠맛•신맛•쓴맛 그리고 감칠맛이 있다.
그중 우리가 "맛있다"라고 느끼는 것은

단맛과 감칠맛이다.


 맛없는 요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인생도 그렇다. 지금 식사를 하며 다음 끼니에 또 맛있는 걸 먹고 싶다.

이토록 하루하루 매 순간 욕심이 나고 잘 살고 싶다.


맛있는 요리를 먹듯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싶은

욕구는 모두가 같을 것이다.

먹는 순간은 짧지만 그것이 쌓여서

삶이라는 장기전을 이루는 한 축이 된다.


요리가 나의 생각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처럼

이왕이면 매일 먹는 음식과 마음 모두 제대로 먹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맛으로 혀의 미뢰만을 스치는 순간의 쾌락이 아닌,

우리의 피와 살, 정신을 이룰 음식을 먹고 요리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또한 매일의 요리와 닮았다.

믿고 참고할 수 있는 잘 된 레시피가 있거나

레시피가 있지만 그다지 잘 따라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우리는 그저 느끼고 생각하고 실수하고 성공하고 고군분투하는

그런 나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


요리사에다뤄본 적 없는 새로운 재료가 주어지고 레시피조차 없는 상황처럼,

삶은 다사다난하며 어려움 역시 적지 않다.


그때마다 스스로가 소중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며

평소 잘 다져놓은 감정과 강점들을 침착하게 불러일으킨다.


'요리는 장비빨이다'라는 빈 말이 아닌 우스갯소리처럼,

스스로의 마음과 능력에서 제일 자신 있는 조리도구를 꺼낸다.

그리고 멋지게 지지고 볶고 끓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냉수마찰도 해본다.


그런데... 때로는 그 상황에 제격인 도구가 없을 수도 있다.

그 또한 괜찮다. 음식은 날로 먹는 것도 있으니

주어진 문제에 너무 고민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기를.


대신 잘 씻기만 해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

건강하며 가장 자연에 가깝다는 섭리를 떠올려주자.

혼자만의 생각에 놓여 자신을 너무 타박하거나 생각의 생각 속으로 파고들지 말고

그땐 남이 해준, 좋아하는 맛있는 요리를 먹고 잠시 쉬며 생각의 환기를 하길 바란다.


정성과 노력의 손맛으로 완성한 맛있는 요리처럼

그저 나와 당신의 삶의 맛도

달고 감칠맛이 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요리로 사유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