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or healing Jan 6. 2025
"... 네? 선생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암이라고요?!?!?"
드라마에서 암선고나 혹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꼭 나오는 대사이다.
그런 대사를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아~놔!다 들어놓고 뭘 자꾸 다시 물어?'였다.
물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서 다시 재확인하고 싶은 심정으로 그렇게 되묻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볼 때마다 그랬다.
' 다 들었으면서 또 묻는다.'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암이 맞고요~그래도 일단 전이는 없습니다."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바보 같은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몇 기인가요?"라고 담담하게 물었다.
"정확한 건 수술이 끝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하도록 날짜를 잡아보죠" 한다.
"예후는요?"
"착한 암에 속하고요 수술만 잘되면 예후는 좋은 암입니다"
"네~감사합니다"
이렇게 면담은 끝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상에 착한 암은 없어. 우리 엄마도 착하다는 갑상선암이었지만 3달 만에 갔잖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가서였는지,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남편도 아무렇지 않게
"졸지에 암환자가 됐네~긴가민가할 때보다 차라리 암이 확실하다고 하니까 맘은 편하네~" 한다.
충격이 크진 않았다고 했지만 딱히 남편에게 할 말이 없어서
"암이 아닌 거보다는 나쁜 결과지만 전이가 안된 거랑 수술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감사하지~내 일이 아니라고 맘 편한 소리 하는 거 같지만~괜찮을 거야 내가 더 열심히 기도할게"
일부러 오버해서 밝게 말했다.
"오~올!○○○씨 믿음 좋네ㅋㅋ"
무슨 위로가 됐겠나마는 남편도 쿨하게 반응한다.
희한하지~~ 결과를 기다릴 때만 해도 약간 불안해하는 것 같더니 오히려 자기 말대로 암이라는 결과를 듣고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아이들의 반응은 역시 우리 별난 가족다웠다.
"아빠~내가 검색해 봤는데 아빠정도 수치면 수술하면 완치가능성이 90% 이상이래"
"현대사회를 사는 모든 사람이 결국은 대부분 암으로 죽는 게 기정사실인데... 문제는 내가 무슨 암으로 죽을건가잖아~ 우리 모두 결국은 암으로 죽을 거니까... 그래도 아빠~빨리 발견해서 치료가능하다니까 다행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결과를 기다리던 분들께 알려드렸다.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아니길 바랐는데 그렇군요'
'괜찮으실 거예요~ 더 열심히 기도할게요'
'수술 전에 식사 잘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더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때로는 교회식구들이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보다 더 자주 얼굴 보고 속이야기 나누며, 힘든 부분 기도로 위로해 주고...
오빠가 교회를 안 다니는 이유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청년부 회장까지 했던 오빠는 어느 날, 자기가 존경하던 목사님이 안 좋은 일로 교회에서 쫓겨나는 일을 겪은 후, 교회에 발을 끊었다.
그때 알았다고 했다.
" 남들이 할 수 없는 가장 궂은일을 할 수 있는 곳도 교회이고 남들이 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한 일을 할 수 있는 곳도 교회야~하나님이 계시다면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지"
젊고 혈기왕성했던, 불의를 보고 참지 못했던, 대학시절 최루탄가스의 흔적을 온통 집으로 묻혀오던, 새벽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상을 입고 귀가하던 정의로웠던 시기의 오빠에게 당시 그 교회는 믿음을 저버릴 아주 좋은 구실을 제공했다.
그런데, 오빠! 그거 알아?
그래도 이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건, 나를 버티게 하는 건 오빠가 실망한 그 하나님을 향한 나의 눈물과 기도라는 거...
그 어려움을 기꺼이 함께 나누어 주는 기도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는 그 말씀이 어이없게 들리지 않고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힘을 내게 한다는 거...
종교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좀 그렇지만 지금 우리 가족에게는 이 믿음이 가장 큰 버팀목이기에 어쩔 수없다.
아직도 서로 내색은 안 하지만 여전히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후에 일어날,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불안이 남아있다.
본인마음이야 오죽할까?
그저 기도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