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감사~
의사 선생님의 입을 주시하며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는 시간은 참 길게 느껴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은 알까? 본인들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환자들의 심정을?'
예전에 보았던 외국 영화가 생각난다.
40년쯤 전에 보았던 영화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강의 내용은 이랬다.
남자 주인공이 잘 나가던 변호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승소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성격에 일중독자이다. 아내와 딸이 있지만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다.
어느 날 무언가를 사러 동네 마트에 갔다가 강도를 만나 머리에 총상을 입은 후, 그는 기억 상실과 장애를 얻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기본적인 것, 말하기, 걷기, 읽기... 등을 새롭게 배워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인격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이전의 자신에 냉혹한 승부사 시절을 반성하게 된다. 그 사고 후에 그는 모든 상황이 변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좋은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준 영화였다.
너무나 뻔한 스토리이지만 주는 감동은 확실한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은 본인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봐야 그제야 비로소 상대의 입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오늘 암수술 후 3개월 만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오는 내내 초조했던 마음을 저 의사 선생님은 알까? 싶은 마음에 옛 영화까지 소환했다.ㅎㅎ
아무튼 조마조마하며 선생님 입술만 뚫어지게 보고 있는데 컴퓨터로 계속 뭔가를 확인하던 선생님의 첫마디는 이랬다.
"어우, 좋은데요~수치가 0으로 나왔어요. 3기에서 이렇게 수치가 나오기 쉽지 않은데 운이 좋으시네요. 이제 7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고 결과 볼게요. 그동안 약 잘 챙겨드시고... 7개월 후에 뵙겠습니다"
병이 없었던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사이다.
이렇게 말해 주고 싶은 걸 참았다.
"선생님, 이게 다 하나님 은혜이고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이에요.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이건 기적이에요"
종교가 없는 분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나는 , 아니 우리 가족과 기도의 동역자들은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느낄 이야기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많은 분들이 마치 암이 완치된 것처럼 기뻐해 주셨고 더 많이 기도해 주시겠다며 축하해 주셨다.
맞다.
이 싸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겨우 한 개의 산을 넘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하루하루의 생명을 연장받아 사는 시한부 인생임을 다시 한번 고백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더 욕심부릴 일도, 아웅다웅 다툴 일도, 더 갖고 누려보겠다고 악다구니할 일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인간은 간사하고 사악한 존재이기에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탐욕스러운 모습으로 되돌아가겠지만...
살면서 우리는 좋은 일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또다시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다. 어떻게 늘 평안하고 형통한 일만 있겠냐만은, 한 가지 분명한 건 , 스멀스멀 마음속에 퍼지는 확신이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고 혹 그렇지 않다 해도 낙심하지 않고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기도에 응답해 주신 것도, 거절하신 것도, 때로는 더 기다리라 하신 것도 모두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의 경지에 오르길 소망하며...
*지금까지 부족하고 두서없는 저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길 소망합니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주어지는 상황에 조금은 낙심하고 조금은 슬퍼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개그로 승화시켜 가며 씩씩하게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