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판 Aug 03. 2023

첫 열매

삼 년을 기다렸다.

시골집 마당에 심은 블루베리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를.

드디어 올해

하얀 꽃이 무성하게 피어나더니

열매가 많이 열렸다.


와! 블루베리를

내 집 마당에서 따먹게 되다니!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열매를 기다린 존재가 또 있었다.

직박구리!


푸릇푸릇 설익은 열매를

그 녀석이 야금야금

따 먹는 것을 보았을 때

달려들어 소리 질러 쫓아내 보았지만

어느새 다시 내려앉아 있었다.


안되는데

아내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블루베리, 블루베리 하면서.

하는 수 없이 설익은 블루베리 네 알을 땄다.

맛이라도 보이려고.


첫 열매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을

한탄해 보아야 소용없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들은 뭘 하고 있기에

새가 마음대로 침략하는가 봤더니

토방에서 늘어지게 자다가 행여나 주인이 맛있는 거 주지 않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들이라고 푸념해 보았자

내 입만 아플 뿐이었다.


(남편의 관점에서 씀)

매거진의 이전글 사과 한 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