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가 무섭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 덤벼볼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내일의 더 나은 삶보다는 오늘의 생존에 만족하며 오늘 하루를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추구할 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던 삶이 분명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을 가진 사람들, 또 내가 꿈꾸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꽤 자주 접하며 살아간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내 마음을 서서히 좀먹으며 괴롭히던 삶의 괴리와 마주쳤다.
나는 꿈, 목표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폼나게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그 어떤 재능도 배경도 없는 내 눈에는 잘 사는 사람들, 내가 원하는 삶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이때 나의 의식은 끝없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 내가 꿈꾸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끝없이 비교한다.
이 괴리는 내가 억지로 붙잡고 버텨오던 삶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말 그대로 억지로 버티고 있었을 뿐, 어떠한 의미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진흙 위에 집을 지은 꼴이다.
타인을 향한 열등감과 내 삶을 내 마음대로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내가 이 세상을 ‘나’로써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또 내가 꿈꾸던 삶을 단념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목표와 희생이시 상실 되었다. 더 이상 내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내가 지금 왜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야기한다. 이토록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이 실존적인 질문은 나를 혼란에 빠트렸다. 그리고 곧 내 삶을 허무함과 공허함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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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지옥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는 세상은 지옥과 같다. '나'로써 존재하지 못하는 세상은 지옥이다. 성경은 지옥이 영원한 화염에 둘러싸여 고통받는 곳이라 이야기했지만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지옥은 어떠한 새싹도 돋아날 수가 없을 것 같은 차가운 겨울이다.
이런 세상은 나에게 그 어떤 의미도 줄 수 없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 인간이 결코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우주는 자신이 가진 작고 작은 이 땅에서 우연으로 시작된 '나'라는 생명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것일까? 만약 이 우주의 법칙이 신이라면 신은 지금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길 원하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나는 신에게 버려진 것은 아닐까? 신은 더 이상 내 삶에 빛을 비추어 주기를 멈춘 것은 아닐까?
이렇게 이 세상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아무도 슬퍼하는 사람 없이 쓸쓸히 사라질 것 같다. 내가 죽은 뒤 아무도 나를 기억해 주지 않을 것 같다. 신조차 나를 외면해 버릴 것 같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 세상 어디에서 쉼을 얻을 수 있을까? 희미하게만 느껴졌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나를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뼈가 사무칠 정도로 차가운 바람같고,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얼음처럼 아주 차갑고 냉소적인 눈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