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불쌍해요

by 김파도

나도 내가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랑이 필요할 때 사랑 말고 외로움을 배웠다. 배움이 필요할 때 배움 말고 가난을 배웠다. 꿈을 꾸어야 할 때 꿈 말고 살아내야만 했다. 웃어야 할 때 광대가 되었다. 울고 싶을 때 혼자였다. 오늘을 책임지며 그렇게 살아왔다.

온기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업신여겼다. 우는 소리, 징징거리는 소리가 싫었다. ‘고작 그걸로 힘드냐고?, 배부른 소리라고, 철없는 불평이라고’.

내가 가질 수만 있었다면 더 잘 해낼 거라 생각했다. 그때 더 배웠다면, 그때 꿈을 꾸었다면, 그때 사랑을 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잘난 사람이 돼있을 것 같았다.

남들보다 영혼이 깊은 사람인 줄 알았다. 너희가 삶을 아냐고, 현실이 무엇인지 겪어 보기나 했냐고, 가난을 아냐고, 사람을 아냐고.


그렇지 않았다. 착각이었다. 아주 큰 착각.

내가 뒤집어 보고 싶었던 거다. 내가 비꼬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주 고약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던 거다. 그냥 부러웠던 거다. 부러워서 비난했다. 가지고 싶어서 모질게 말했다. 더 잘나 보이고 싶어서 다른 길을 가는 척, 다른 가치를 쫓아 사는 척했을 뿐이다. 나는 비난의 자리에 멈춰 선 채 뒤처지는 게 싫었던 거다.


나아가야 할 때가 오더니 그제야 보이더라. 누구도 쉬운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내가 아픈 만큼 다른 사람도 아프다는 것을, 각자의 책임감을 어깨에 얹고 외줄 타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

부끄럽더라. 왜 그렇게 혼자 피해자인 것 마냥 세상만사 모든 걸 삐뚤어 보았는지, 원망하며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 알게 되니 고개를 들 수가 없더라. 모두가 주어진 삶이 다르고,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버틸 수 있는 것과 버틸 수 없는 것들이 다르고, 너와 나의 삶이 다름이 보이더라. 숨이 쉬어지더라.

우리 모두 태어나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쉬운 인생은 없다. 누구의 삶이 흠하나 없이 꽃길만 깔려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 가시에 찔리고, 덩굴에 넘어지고, 먼지가 묻는다. 상처받는다. 각자의 상처가 다를 뿐이다. 그러니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자. 옆의 길이 지름길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내 길이 아니다. 내 삶이 아니다. 힘들 때 주저앉아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자. 분명 넘어지고 깨지고 울고, 상처받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면 가서 툭툭 먼지를 털어주고 손잡아 일으켜 주고 한번 안아주고 그렇게 각자 길을 다시 걸어가자. 혹시 아는가? 내가 넘어질 때, 내가 아플 때, 누군가 나처럼 손 잡아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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