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선면 Jul 10. 2023

점과 점을 이어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_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배움의 발견(열린책들)/BATAM CLASSICS_SHERLOCK HOMES

점선면(이하 점): 흠, 이 두 권의 연결고리는 무엇이길래?


이李씨(이하 이): 둘 중 한 권은 1968년에 출판된 걸 내가 2018년에 읽은 책이고, 한 권은 2018년에 출판되어 그 해 올해의 책으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책인데, 며칠 전 막 읽기를 마쳤지.


: 어느 게 먼저일까? 셜록 홈즈의 역사가 기니까, 1968년판은 '셜록 홈즈 단편집'이고, 201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이 '배움의 발견'이겠네.


: 그렇지. 그런데, 둘 사이에 재미있는 연결고리를 발견했어. 흥미진진하더라고.


: 한 권은 추리소설이고, 한 권은....한 여성의 회고록인데, 얼른 본론을 들려줘보시게.


: 셜록 홈즈 단편집 맨 앞에 나오는 이야기가 '주홍색 연구'야.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코넌 도일에 대해 놀랐던 것이, 이 소설의 큰 지분이 미국땅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기술하는 거였어. 코넌 도일은 영국인이잖아.


그 미국땅에서 일어난 사건이 시간이 흘러 어떤 연유로 영국 런던에서 살인사건으로 귀결되는가, 이걸 추적해 나가는 건데, 미국땅에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게 '모르몬교도들'의 역사 문화 사회적인 배경과 연결되어 있었거든.


: 코넌 도일은 박식한 사람이었구만! 어떻게 그런 연결을 상상해 냈을까?


: 그러니까! 내가 홈즈 단편집 '주홍색 연구'를 읽으면서 모르몬교도들이 지금의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 그들의 공동체 성격, 그리고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일부다처제 풍습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많았거든.


: 자, 그럼, 코넌 도일의 추리소설에서 미국땅 모르몬교도 사회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언급된 거랑, 타라 웨스트오버라는 여성이 쓴 '배움의 발견'과의 교집합은?


: 바로 그녀가 모르몬교도 가정, 크게 보면 모르몬교도 공동체마을에서 자라났다는 점이지.


그녀가 다닌 대학교 이름이 지도자의 이름을 딴 '브리검 영 대학교'인데, 이 이름이 홈즈의 소설에도 언급돼.


: 와. 코넌 도일이 소설에 쓴 내용들은 타라 웨스트오버가 태어나기 몇백 년 전의 이야기인 셈이구나. 공동체를 이룬 모르몬교도들이 세대에 세대를 이어져오다가 현세대 한 여성의 목소리로 세상에 나온 거네.


: 학교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선택한 거라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궁금해서 원서를 찾아봤어. 과연 부제는 어떻게 달렸는지.


: 번역본에서는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는데, 원서에서는?


: 다른 부제는 없었고 뉴욕 타임스에서  언급한 문구 'extraodrdinary... act of cuourage and self-invention'이라고 표지에 쓰여 있어.  '비범한.... 용기의 행동 그리고 자기 창조'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


: 자, 그럼 홈즈식 추리를 좀 해 보자.


모르몬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한 여성이 있어. 특별한 가족이었네? 가족의 스토리가 평범하지 않겠어.


그리고 교육, 어느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놀라워할 만한 교육의 경험이 있었겠고. 그런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네.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자신을 창조해 감으로서 자유를 향해 간다. 아니면 반대로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창조해 간다.


: 점 씨의 정리가 마음에 들어.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가정은 모르몬교도 가정 중에서도 조금 유별난 면이 있었어.


아주 가부장적이고 신앙심이 깊다 못해,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아버지 밑에서 현대 의학과 현대 공교육의 가치가 부정되는 것을 보며 자라지.


저자는 신앙적, 혈연적 공동체인 가정에서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지만, 부모님과 형제들로부터 실제 이것이 사실일까 싶을 정도의 방치,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해.


그것이 캠브리지대학원, 하버드 대학원생이 된 저자에게 끊임없는 자기 부인과 자유와 배움을 향한 전진 사이를 오가게 만들어. 그 과정을 읽어나가는 게 고통스럽고 너무 안쓰러울 정도로.


: 그래도, 저자가 추구하고 성취한 것을 가늠해 볼 수 있겠네.


여기 책으로 나온 걸 보면. 자기 가족의 이야기,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얘기한 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객관화 과정을 통과하고, 주체적으로 자기의 위치를 찾아 그곳에 서 있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 맞아. 하버드대학원 기숙사로 찾아온 부모님이 최종의 선택, 다시 한번 신의 은총을 구하고, 용서를 받으므로써 신의 자녀로 돌아오는 요청을 하지만, 저자는 거절하지.


그것이 단지 부모님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을 넘어서 형제들, 저자가 자라온 공동체, 신앙, 어쩌면 자신의 과거들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대신, 새로운 관계들이 자신을 환영하고 맞아준다는 것도 알게 돼.


: 저자가 겪은 일들이 정말 평범하지 않네. 과거의 경험도 그렇지만, 그녀가 선택하고 성취해 온 것들도. 다른 누구와도 유사할 수 없는 스토리야.


: 아이러니한 점이지.


저자가 유명한 장학금 수혜자가 되어서, 언론에 나오고 유명세를 치를 때, 아버지가 '자기가 해 온 홈스쿨링'의 결과라고, 결국은 자신이 옳았다고 했어. 그래서 저자가 교육배경으로 가정 홈스쿨링을 언급하지 않자 무척 서운해하는 장면이 나오거든.


정작 그녀가 경험한 가정의 홈스쿨링은 아버지를 도와서 폐철처리장에서 기름때와 땀에 찌들어, 온갖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하거나, 어머니를 도와서 약초를 다듬고 천연 오일을 만드는 일들이었고, 제대로 된 책 한 권 읽어보지 못했어.


저자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브리검 영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저자는 자신의 교육이 얼마나 미천한지 생각하면서 박탈감과 패배감을 느끼기도 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기의 교육을 되돌아보고, 자기 가정과 종교 공동체를 면밀하게 살피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하게 돼.


결국 하버드대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모르몬주의를 인류역사의 한 챕터로 이전까지의 시각과 다른 견지에서 기술하여 박사학위를 받게 되고.


: 그럼, 어떤 의미에서 아버지가 말한 '자신의 홈스쿨링'이 정말 제대로 기여한 셈이네.


: 인생은 참 재미있다고 하면, 저 먼 타국의 저자가 행여 이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사실, 점 씨가 말한 것처럼, 저자가 살아온 경험, 교육이 박탈된 유년과 소년기가 현존하는 최고의 학문적인 성취(하버드 박사논문)를 이루어 내는 재료가 되었어.


영미권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어.


'When life gives you a lemon, make  lemonade.'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주면,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라)


이 문구를 실현한 듯 보이네.


: 다른 가족들은 어땠어?


: 위로 여섯 형제중 셋은 대학교육을 받으며 아버지의 폐철처리장이 있는 산을 떠나고, 셋은 머물러 살아. 하지만, 모두 신앙과 부모를 버리지 않고 머물러 있어.  어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어쩌면 하나 이상의 것들을 버려야 하는 게 인생의 선택지인 것 같아.


저자의 선택이,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는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그녀의 가족과 공동체에게는 신과 결별함으로써 신과 가족의 사랑을 배반한 죄악의 행위로 해석될 수도.


: 이 씨는 신을 믿잖아. 저자의 가족이 가진 믿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 흠. 브런치스토리 한 회차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한 질문이라, 길게 답할 수 없을 것 같아.


우리가 말하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구조화할 시간이 필요해. 정리된 이야기가 시작될 때까지 좀 기다려주라.


: 흣. 그래.

자, 그럼 오늘 믿음과 삶에 대한 한 점을 찍었으니, 다음의 점까지 기다려볼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