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씨(이하 이): 이 매거진에 글을 쓰면서 영어 아동청소년소설이 어떻게 우리말제목을 바꿔 달았는지, 표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찾아보고 놀랄 때가 종종 있어.
원작이 가진 느낌과 너무나 다르고 실망스러운 그림으로 표지를 삼은 경우도 있고, 원서보다도 느낌이 훨씬 좋은 그림을 표지삼은 경우가있어서.
이번 글을 시작하기 전 제목을 뭐로 붙일까 생각하고 결정한 다음에, 번역서를 찾아보니, 내가 생각한 따뜻한 수채화 느낌의 표지라서 반가웠어.
다만,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겨울이고 게다가 엄청나게 눈이 많이 오는 특별한 겨울이라는 점에서 번역서 표지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
원래 순서를 벗어나서 표지를 먼저 보여줄게.
점선면(이하 점): 이 씨가 왜 저런 대문사진을 골랐는지, 왜 아쉽다고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네. 두 표지에 담긴 계절감각이 확실히 달라.
이: 작가는 희망은 깃털과도 같다는 에밀리 디킨스 Emily Dickinson의 시에서 주제를 따서 이야기를 하거든.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희망은 깃털이 있는 것...)
깃털처럼 가볍게 흩날리며 내리는 눈송이들이 열한 살 여주인공 프레니 Frannie에게 주는 영감과 심상이 주요한 포인트이기도 해.
처음에는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원서의 표지 이미지가 전하는 느낌을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되었지.
점: 프레니가 희망을 염두에 둬야 할 이유가 있는 거야?
이: 이 소설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사회적인 소수자를 이야기하고 있어.
하나는 프레니의 오빠 션 Sean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점.
또 하나는 프레니의 반에 전학 온 남학생이 전체 학교, 아니 전체 마을 공동체에서 유일한 백인 학생이라는 점.
1970년대가 시대적인 배경인데, 이때까지도 피부색에 따라서 거주하는 지역이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분명하게 구분된 상황이야. 우리말 번역서 표지가 뜻하는 바.
어둡고 심각하고 날카롭게 차별에 대해서 지적할 수도 있지만, 작가가 다루는 언어는 마치 수채화같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친구들과 가족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프레니의 심성이 보들보들하니, 풀어내는 이야기가 과하지 않게 슬며시 쓸어내는 수채물감 붓질처럼 한 가닥 한가닥 이어져.
프레니는 청각장애인인 오빠가 당하는 차별과 어려움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오빠가 가진 긍정성과 가족들의 따뜻한 지지와 연대가 소중한 힘이라는 걸 알고 있어. 또, 전학생이 하얀 피부색 때문에 무리로부터배척되고 공격받게 되는 것을 감지하고, 그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
언제나 어디서나,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약자의 입장에 선 이들을 공격하는 것을 즐기는 존재들이 있잖아. 션에게는 션의 외모에 이끌려 관심을 가지다가는 청각장애인이라는 걸 알고는 이내 돌아서 가버리거나, 조롱하는 무리의 여학생들이 있고. 흰 피부의 전학생에게는 트레버 Trevor라는 불량한 남자아이가 있는데, 전학생이 온 순간부터 호시탐탐 도발하고 한번 크게 수치를 줄 기회를 찾거든.
점: 이 씨가 말하는 한 번의 대격돌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그 대목이 아동독자들이 어렵다고 느껴질 포인트야. 깔끔한 권선징악으로 누군가의 승, 누군가의 패로 결정 나고 끝이 난 게 아니거든.
물론 표면상으로는 Jesus Boy 지저스 보이(전학생은 피부가 하얗고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며 몸가짐과 말투가 점잖아서 이런 별명을 얻는다)가 이기고 트레버는 창피를 당한 것이지만, 지저스보이와 프레니가 나누는 대화에서는 더 깊은 성찰이 있어.
악동인 트레버이지만, 두 사람은 트레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같이 느끼고 있거든. 둘 다 자신들의 처지에서 또래보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면이 성숙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해.
점: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프레니가 희망을 말하고 있잖아, 작가가 말하는 희망도 같은 걸까?
이: 프레니는 청각장애인 오빠와 차별받는 전학생 말고도 염려하는 대상이 있어. 바로 엄마인데, 늘 사랑이 넘치고 다정한 엄마이지만 유산으로 아이를 잃는 경험과 태어나서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난 아기 Lily로 인한 상실감이 무척 크거든. 늘 그리워하는 대상으로 남게 된 거야. 그런 엄마를 지켜봐 왔는데, 엄마가 다시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걱정을 하게 되지.
친구 사만다 Samantha는 늘 바르고 반듯하고, 구원과 소망을 생각하는 가난한 목사의 딸인데 프레니의 오랜 친구야. 그녀는 전학생이 진정 현세계에 내려온 구원자 예수 Jesus가 아닌가 하고 기대를 했다가 그 기대를 접었어.
프레니의 말을 빌려, 작가는 따뜻한 사랑으로 묶인 가정은 사회적인 어려움과 차별도 이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
지저스 보이도 자신과 피부색이 다르지만, 그를 입양하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들이 있기에 내면의 단단함을 지켜 차별과 직면했고, 션도 소리로 이뤄진 세계와 단절된 수화의 세계를 살아가지만 그 사이에 연결된 다리가 놓이기를 소망하며 자기의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누리려고 하거든.
사만다처럼 기대가 좌절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자신의 기대가 과연 진실하고 옳은 것인가를 성찰하면서 그 자리에 멈춰 뒤만 돌아보지 말고, 삶을 나아지게 하는 소망을 기대를 가져보라고 말하지.
쉬운 단어와 문장들로 된 소설이며 내용은 잔잔히 한 소녀의 일상을 따라가는 것 같으나,
주제는 가볍지만은 않고,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내용들을 부드럽고 은근한 색으로 물들인 그림 같은 이야기야.
따뜻한 햇살이 내려 쬐이는 거실에서 아기를 임신해서 부른 배를 하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엄마. 그 곁에서 '나는 조금 더 아기이고 싶어요.'라며 엄마 어깨에 기대어 엄마를 끌어안은 프레니가 전하는 마지막 문장이 이거야.
Each moment, I am thinking, is a thing with theathers.
나는 생각해, 모든 순간이 깃털이 있는 것들_희망이라고.
이번 책은 'feathers'입니다. 우리말 책 제목은 '희망은 깃털처럼'입니다.
영어문장이 간결하고 쉬워서 원서 읽기 도전하시는 분께 추천할만합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동청소년소설이지만, 프레니의 정신세계와 감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면에서 아동독자들에게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이해는 어려운 소설??... 이 될 것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