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에서는 암핏(이 인물을 이렇게 부를게)이 어쩌다가 캠프에 가게 되었는지 사연과, 출소 후에 집에 돌아와서 생기는 일들이야.
이 소설에서는 공공연히, 혹은 은연중에 흑백인종차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암핏이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체격의 흑인 청소년이라서 오해받고, 함부로 취급되는 장면들이 있어. 교정시설에 들어가게 된 이유도 폭행사건 때문이었고. 부모님은 혹시나 마약을 하는 건 아닌지, 늘 암핏을 걱정스럽게 관리하려 들어.
하지만, 폭력 전과로 교정시설 다녀온 근육질의 건장한 흑인 청소년인 암핏과는 부조화스럽게 그의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뇌성마비를 가진 10세 백인 소년 지니 Ginny야. 암핏은 지니와 같은 지붕아래 사는 한 가구 두 세대 가족인 셈인데, 둘이 산책하는 걸 즐기지.
소설에서 작가는 암핏이 달라지는 시간을 이렇게 말해.
그건 교정시설에서 지내며 노동하던 시간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집안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달라졌다고.
보통의 일상, 그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야. 그와 더불어 연약하지만, 스스로 서려고 애쓰는 지니와 소통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암핏은 자기 인생을 잘 살아보려고 해. 조금씩 조금씩.
그런데, 같은 교정시설 출신인 엑스레이 X-ray가 찾아와서,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면서 암핏을 꼬드기고, 마뜩잖아하면서도 암핏은 엑스레이의 제안대로 모아 두었던 돈으로 유명가수 카이라 딜런 Kaira Delon의 콘서트 티켓을 사는데 쓰고 말아.
여기서부터 사건은 어렵게 꼬이는데, 몇 번을 가슴을 졸였다가 쓸어내렸다가 하면서 끝에 도착했네.
점: 암핏은 나름 건전한 삶을 지속하려고 했는데, 엑스레이라는 친구가 문제였던 거네. 결말에는 엑스레이도 어떻게 정신을 좀 차리게 되나?
이: 엑스레이는 한탕주의자라서, 티켓을 재판매해서 한 번에 큰돈을 벌겠다는 계획이었어. 미국에서는 아예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걸 스칼핑scalping이라고 부르나 봐. 위법한 것은 아닌데, 높은 이윤을 남기려고 할 수록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거지.
암핏은 아르바이트로 조경업자 밑에서 땅을 파는 일을 하는데,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암핏이 엑스레이의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육체노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위안을 삼는 대목이 여러 번 나와. 암핏은 자신이 정직하게 흘리는 땀과 그에 대한 보상에 더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인물이어서.
소설 말미에는 작업자득으로 후드려 맞은 엑스레이가 암핏과 함께 땅 파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하긴 하는데, 글쎄, 엑스레이의 진실성은 모호하지.
소설의 다른 축 하나는, 유명 가수 카이라 딜런의 서사인데, 암핏과 지니는 어쩌다 대스타인 그녀와 친구가 돼. 그리고 암핏과 카이라 사이의 묘한 기류.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말로 썸이 오가고.
오해, 다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카이라 계부의 사악한 계략까지.
중반 이후는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소설이었어.
점: 암핏이 작은 발걸음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잖아. 정확한 문장이 어떤지 알려줄래?
이:
The important thing was to take small steps and just keep moving forward.
Life is like crossing a river.
If you try to take too big a step, the current will knock you off your feet and carry you away.
암핏이 자신의 상담선생님께 들었던 말을 카이라에게 들려줘.
"중요한 건 작은 발걸음을 내딛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거야.
인생은 강을 건너는 것 같아.
너무 큰 걸음을 내딛으려고 하면, 물살이 너를 쳐서 넘어뜨리고, 널 멀리 끌고 갈 거야."
오늘의 소설은 루이스 새커 Louis Sachar의 SMALL STEPS입니다.
우리말 번역서는 '작은 발걸음'으로 되어 있어요. 우리말 번역서 표지는 재미있게도 소설 속 인물들을 그려놓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