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것들로부터 감사함.

by 수환


"돈을 330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 일을 글로 쓰면 되겠네"


퇴근하니 한나절동안 트럭에 두었던 나의 휴대폰이 높은 차 안의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화면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록 망가져 버렸습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하여도 늦다고 하던데 내가 그러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딸은 속상해하는 나와는 달리 냉정할 만큼 딱 부러지게 안정 없이 말합니다. '얼마나 속상해' 하며 나를 위로해줄 거라는 믿음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냉정하게 말하는 딸의 말에 열나게 말하려고 했던 다음 대화 말이 목구멍에서 뛰어나와 내뱉지 못하고 꿀꺽 삼켜버렸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해야 한다고 늘 눈으로 읽고 귀로 듣습니다만 입으로 내뱉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공감하는 말보다는 "내가 뭐라고 말하지 않았냐!!." 하며 상대방의 감정을 개판 만들어 버려 서로 서운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 버립니다.



빌게이츠 근처도 가보지도 않았지만 동료 존의 옆모습 분위기는 빌게이츠를 연상하게 합니다. 그는 혼자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한국말 같으면 '아이.. 씨팔.. 왜 내가 이렇게 했지' 혹은 '웨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하며 모니터를 보며 의자가 뒤로 넘어가듯 다리를 펼쳐 몸을 늘어지게 하며 양팔을 둘러 뒷머리를 깍지 낀 두 손바닥으로 받치며 혼자 중얼중얼 거리기도 합니다.


빌게이츠 보다 몇 살 어린 존은 1983년부터 이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 때 IBM 컴퓨터가 있어 코딩을 하였다며 은근히 나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와! 대학에서 IBM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어?"

나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다섯 개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아이비리그 대학 이름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러는 그를 두고 나는 속으로 '은근히 자기 자랑하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듣습니다.


생활에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막막해졌습니다. 곧장 퇴근하고 집으로 가던 방향을 틀어 휴대폰 수리점에서 고장 난 휴대폰을 해결하고 나자 생각하지 못한 거금(?)이 지출되었지만 안도하며 늘 내 손안에 있고 당연하게 사용하던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자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새삼스럽게 알게 됩니다.


물건도 이렇듯 사람 관계는 오죽 하겠습니까?

나의 옆에서 늘 만나는 동료. 모임 회원분들 그리고 가족.


퇴근길 딸이 생각 나는 하루입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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