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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월 May 26. 2024

시동생 집에서 마지막 날

2024/05/25

내일 아침 일찍 7시 첫 비행기로 시애틀로 출발하기 때문에 오늘이 시동생 집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다행히 시동생 컨디션이 좋아서 다 같이 점심으로 쌀국수(Pho)도 먹으러 가고 메디슨 다운타운에 들러서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구경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고기를 사서 저녁에는 시동생 뒷마당에서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다운타운에서 사 온 신기한 맛의 대만 케이크를 먹으며 (피스타치오 비스크랑 소이밀크 어쩌고 쇼트 케이크) 혹성탈출 1,2,3편을 요약한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남편이 먹은 스파이시 비스 누들 수프 (분보훼). 너무 맛있었다. 나는 그냥 일반 쌀국수를 먹었는데 이 집은 분보훼 맛집이었다.
다운타운에서 들른 가게에서 발견한 공짜 색칠 카드. 옆에 크레용으로 마음대로 색칠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장을 본 마트에서 발견한 아이용 카드. 귀엽게 'customer in training'이라고 푯말이 적혀 있다. 아직 손님이 되기 위해 연습 중이라는 뜻
뒷마당이 있으면 이런 게 좋다. 호일 안에는 소금 새우구이가 있고 그릴 밑에는 고구마와 옥수수를 찌고 있다.
세상 처음 보는 맛의 케이크를 두 개나 샀다. 피스타치오 비스크는 달고 맛있었고 소이밀크 쇼트 케이크는 심심한 맛의 매력이 있었고 얼핏 거의 두부 같은 맛이 났다.


아주 평범한 주말의 더블데이트를 하고 쇼핑하고 맛있는 것 먹고 너무 좋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가끔씩 시동생이 입에서 쇠맛이 난다거나 음식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할 때나, 옷 가게에서 샛노란 원피스를 예쁘게 입었을 때 팔뚝에 보이는 병원에서 처치해 준 주사 호스(심장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가 보이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군가 많이 아프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 긴 투병 생활을 하게 될 시동생이 빨리 회복해서 더 많은 평범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시동생 남편은 이제는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하며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일상에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커플이 되기를. (그리고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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