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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월 Sep 01. 2024

미국에서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해 먹으면 된다.

08/31/2024

안녕? 진짜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네.


요 며칠간의 내 기분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화에서 마치 지안이가 평안을 찾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나는 인프제라 말은 잘 안 해도 항상 마음속은 다양한 생각으로 폭풍이 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다 한바탕 지나간 것 같아. 이게 잠깐의 고요함일지 다시 또 태풍이 올진 모르겠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제 잠깐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일기를 그냥 기록하지 말고 한국에 있는 모든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처럼 쓰면 어떨까 하고.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시간이 많이 흘러서 참 많은 게 변했을 텐데.) 전에 쓰던 일기는 사실 좀 쓰면서도 쑥스러웠던 게, 자꾸만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이 떠올라서였거든. (내 일기를 남이 관심 가질지도 모르겠고. 내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도 미국에서 사는 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거나 공감이 될 수도 있기도 하고, 그냥 기록해 두면 내가 나중에 볼 수도 있기도 하니까 일기를 써봤던 건데 어딘가 계속 주저하는 마음이 들어서 계속 글을 못 썼어. 근데, 너에게 보내는 편지라면 꾸준히 쓸 수 있을 거 같아. 이런 감성은 좀 옛스러워서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그냥 안네의 일기 같은 컨셉이라고 생각해 줘.ㅎㅎ


오늘은 진짜 엄청난 게 내가 탕수육을 튀겼어. 내가 생각해도 대단해서 별그램에도 진짜 오랜만에 사진을 올렸어.

처음 해본 탕수육!

생각보다 간단해서 놀랐어. 그리고 튀김이 엄청 잘 됐다? 소스는 살짝 덜 단 느낌이 있었는데 다음에는 아마도 설탕을 부어야 될 거 같아. 그리고 소스는 그냥 간단하게 파인애플 통조림만 넣었는데 다음번에는 다른 야채랑 목이버섯을 넣어 보려고. 난 탕수육 소스에 있는 목이버섯이 되게 맛있더라.


미국에서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해 먹는 수밖에 없어서 결국엔 이 지경까지 왔다. 내가 탕수육을 만들다니. 탕수육은 항상 "사 먹는 음식"으로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동안 시애틀에 있는 다양한 탕수육들을 먹어봤는데 다 내 입맛에는 안 맞더라고. 딱 한 곳 찾은 곳이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희래등"이라는 중식집인데, 아무래도 멀어서 자주 가기도 힘들고 사이즈가 대자 밖에 없어서 매번 너무 남거든. 또 거기까지 가서 짜장면 짬뽕을 안 먹을 수도 없기도 해서 탕수육은 정말 엄청 남아. 나는 내가 탕수육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못 먹게 되니까 더 집착하게 되더라. 앞으로는 먹고 싶을 때마다 해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오후에는 다양한 볼일들을 봤는데 코스트코에 다녀왔어. 전부터 자랑하고 싶었던 게, 코스트코에 한국 제품이 되게 많아. 내가 보이는 건 대충 찍어왔는데 한번 볼래?

이 중에 햇반이랑 볶음밥 사 왔어. 다른 것도 맛있겠지만 코스트코는 양이 많아서 항상 조심해야 돼. 볶음밥은 처음 사 보는 거라 엄청 기대 중이야. 먹어보고 후기 얘기해 줄게. 아 맞다! 오늘 보니까 총각김치도 있더라. 이젠 한국 제품이 너무 많아서 다 찍지도 못할 정도야. 만두랑 라면은 이젠 어딜 가도 흔히 있어. 한국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엄청 잘 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줘. 덕분에 교포들은 살기가 좋아졌다.


그리고 할로윈 코너에서 본 재밌는 장식들도 보여줄게.

엄청 귀엽지? 이런 거 보면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거 같지 않아? 집에 하나쯤 있으면 재밌을 텐데. 다 큰 어른이 사기엔 명분이 좀 부족하다.


무튼 오랜만에 편지(라고 쓰고 일기라 읽는다) 쓰니까 좋았어. 이번 주말은 롱위캔드라 월요일이 휴무야. 이사하고 아직도 계속 집을 정리 중이라 어디 가지는 않고 집안 정리랑 수리를 이곳저곳 할거 같아. 그리고 다음 주에는 정말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무리 찾아도 집 주변에 마음에 드는 헬스장이 없네. 좀 많이 비싸지만 좋아 보이는 요가는 찾았는데 요가로 근육을 키울 수는 없을 거라 그게 또 걱정이야. 그렇게 한 주 한 주 미루다 벌서 9월이다. 그래도 이제 나이가 벌써 30대 중반이라 더 미룰 수 없는 거 같아. 재택근무라 집에만 있어서 더 기력이 떨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 정신 좀 차리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이직 준비도 해 보고 하려고. 너의 오늘 하루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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