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중요하다.
몇 번의 이직과 퇴사를 경험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한국에서 ‘나이’는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요구한 경력도, 지원자의 강한 의지도 나이 앞에선 무력해진다. 실제로 이전 직장에서 훌륭한 이력을 가지고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어 면접관이 같이 일하고 싶어 했으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끝내 채용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미 서른 초반만 돼도 신입으로 입사하기란 어렵다. 무릇 신입이란 막내로서 나이도 가장 어려야 한다는 통념이 있기에 선임보다 나이 많은 막내는 사실상 껄끄러운 존재로 여겨지기 쉽다. 그래서 통상 이십 대 후반까지가 신입이 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신입뿐만이 아니다. 팀원은 팀장보다 어려야 하고, 팀장은 실장보다 어려야 한다. 나이는 어느 위치에서나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10년이 넘게 한 직무로 경력을 쌓았다. 이건 내가 원해서 시작한 건 아니다. 대학 졸업까지 나는 직업에 대한 꿈이 없었다. 단지 취업을 해야 했기에 무작정 원서를 뿌려댔고 날 받아주는 회사에 입사, 어쩌다 보니 지금의 직무로 배정받아 여기까지 왔다. 어느 순간부터 늘 내면에서 소리쳤다.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야!’
‘이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행했지만 결국 똑같은 직무로 이리저리 회사를 옮겨 다녔다. 내가 원하는 일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현실의 벽 때문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다 이상적인 말이었다. 무언가를 새로 도전해 시작하기란 이미 한참 늦어 보였다. 실패하면 다신 앞으로 내딛지 못할 것 같았고 고난을 버틸만한 용기도, 자금도 없었다.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던 평범한 소시민은 현실에 굴복하길 반복하며 나이만 더 먹을 뿐이었다.
나는 지금 또 기로에 놓여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마지막 기회의 시기인 것 같다. 이번생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면 후회와 미련은 점점 커져 자책만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경력을 버려도 좋다. 사실 미련도 없다. 단지 문제는 이런 나를 신입으로, 막내로 받아 줄 곳이 있는가이다. '있을까? 있어야 하는데 나 시도해도 되는 건가?' 이렇게 또 도돌이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