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도 안 하는 날

대화가 필요해

by 아무명씨


몇 달 전, 퇴사를 하고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초반엔 자유를 즐기고자 근교로 여행을 가고 취미생활도 하며 나름 바쁘게 지냈으나 이것도 잠시 뿐이었다. 추운 날씨와 툭하면 내리는 눈에 외출을 삼가면서 집에만 있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다. 자연스레 일상에서 '소통'이 사라졌다.


외출을 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게에선 '이거 주세요' '감사합니다' 한 문장이면 충분했고, 사실 웬만하면 키오스크를 사용하니 대화가 불필요한 경우가 더 많았다. 하루는 종일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됐다.


지인과 카톡조차 하지 않는 날은 온전히 혼자였다. 이런 날이 얼마 간 지속되다가 스르륵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는데 나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도, 부대끼는 사람도 없이 철저히 혼자 고립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문득 이렇게 이래도 되는 건가 회의감이 들었다. 극 내향형 집순이 스타일인 나는 평상시에도 약속을 자주 잡는 편은 아니었다. 그게 편했다. 하나, 사람의 기질이 조금씩 변하긴 하나보다. 근래 소통의 부재가 조금씩 불편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만나 아무 말이나 막 내뱉고 싶어졌다. 내일은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안부 문자나 한통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