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으로 잠식된 나날들

하루만 평안하길...

by 아무명씨


태생적으로 우울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다. 보통 어린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있으면 무서워 싫어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가끔 가족이 모두 집을 비워 집에 홀로 있을 때면 정적과 고요함이 그렇게나 좋았다. 유치원 때부터 말이다.


초등학생 때는 죽음에 관한 생각을 종종 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언제 죽을까?’ 이러한 감정들은 지속적으로 진화해서 ‘왜 살아야 하나,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문구를 일기장에 늘 끄적이곤 했다. 답이 없는 철학적인 질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새 괴로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행복보다는 허무주의에 지배되었다.


이런 내가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행동으로 바꾸면 되는데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고, 의학의 힘을 빌려도 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냥 불안으로 잠식된 나를 받아들이고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울한 내 감정에 대해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하루만은 나를 따라다니는 잡념에서 해방되고 싶다. 사실 요 며칠간은 극도로 불안한 감정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려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이다. 그러니 딱 하루만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모두가 그런 날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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