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쓸모있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읽고

by 리인

만약 하루 아침에 좌뇌의 기능이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하버드 의대에서 뇌를 연구하던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37세였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뇌졸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선천적 동정맥 기형으로 다량의 혈액이 좌뇌에 쏟아짐으로써 좌뇌의 대뇌피질에서 담당하던 고차원적 인지능력이 사라졌고 읽을 수도 쓸 수도 심지어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좌뇌의 기능이 철저히 망가져 버린 것이다.


뇌과학자의 좌뇌가 망가진다는 건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이루어낸 성과도 같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개두 수술을 받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수술을 위해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때 그녀의 인지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나 간호사가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병문안을 오거나 같이 대화를 나누러 온 사람들이 자신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대해주시기를 바랐다고 한다. 우뇌의 순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 나온 회복의 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수면의 치유력이다. 그녀의 인지기능은 수많은 파일들이 섞여서 엉망이 된 상태인데 수면을 통해 파일을 제자리에 하나씩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쯤 고등학생 딸아이가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렸고 코감기와 고열에 시달렸다. 수면의 치유력을 믿었기에 아이가 될 수 있는 한 많이 자도록 배려했다. 딸아이는 3일 동안 매일 20시간씩 잠을 잤다. 먹고 소화시키는 일 외엔 계속 잠을 잤는데 이 참에 그동안 밀린 잠을 자는 것도 좋을것 같았다. 그렇게 3일을 자고 나더니 코로나 전보다 더 체력을 회복한 듯 보였다.


질은 수술을 통해 대뇌피질에 있던 혈전을 제거했고 뇌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한 적절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녀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파닉스부터 시작해 발음하고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회복에 성공한 것은 모든 과제를 더 작고 단순한 과정들로 나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사소한 성공이라도 사람들의 축하와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뇌 속의 뉴런은 다른 뉴런과 회로로 연결되면 살아나고, 자극 없이 고립된 채로 있으면 죽는다. 그녀가 다시 글을 읽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고립된 뉴런은 죽어버리고 그녀의 인지기능은 제 기능을 되찾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 뇌의 뉴런은 어느 쪽이든 연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뉴런의 기능을 지우면, 이 세포들은 자극이 없어서 죽거나 다른 할 일을 찾는다. 그러니 부디 우리 모두 이 성실한 뉴런들이 죽지 않고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뭔가를 찾아서 해보자.


두 번째는 그녀가 좌뇌의 기능을 잃게 되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그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는 좌뇌의 부정적인 기능이 없어지자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현재의 행복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는 좌뇌의 기능을 살릴지 고민했다.

"옳고 싶은가, 아니면 행복해지고 싶은가."

좌뇌의 기능을 살리고 일상으로 회복하는 게 망설여질 정도로 우뇌의 순기능에 만족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직장에서의 나의 일상은 옳고 싶은가에 가깝고 나에게 좌뇌의 기능이 커지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자각하게 되었다. 내 평생 우뇌형 인간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말이다.


우뇌와 좌뇌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비교해 보자.

우뇌는 현재 순간의 풍요로움에 모든 걸 맞춘다.

좌뇌는 세세한 면에 집착하고 삶을 꽉 짜인 계획표에 따란 운영 한다. (난 이쪽을 지향하는 것 같다)_


우뇌는 새로운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틀에서 벗어나 사고한다.

좌뇌는 내가 외부세계와 소통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재정, 경제에 관심이 많다. 분석하고 계산하는데 능하다. ( 쪽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좌뇌는 완벽주의자, 관리인, 멀티태스킹을 즐긴다. 기계조작에 능숙하고 차이와 개성에 집중할 수 있는 타고난 일꾼이다.(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참으로 바쁜 꿀벌이며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얼마나 많이 처리했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이 문장은 완전 나다.)

가장 뛰어난 특질로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주를 빼놓을 수 없다.(김영하 작가와 유시민 작가가 떠오른다)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주가 우뇌가 아니라 좌뇌의 기능이라니 그동안 '이과라서 말을 잘 못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런데 좌뇌의 이런 수려한 기능 외에 그녀가 회복하지 않으려고 했던 좌뇌의 못난 기능이 있었다. 비열하게 굴고 끊임없이 '걱정'하고 나 자신이나 남들에게 막말하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막말은 감정적으로 욱해서 나오는 것이니 당연히 우뇌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좌뇌가 장악한 것이었다니. 이런 식으로 간다면 우뇌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고 예술성을 주는 것 외엔 별로 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변연계감정프로그램의 지속시간이다.

그녀는 책임감이란 '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프로그램인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더가 완전히 멈추는데 90초 정도가 걸린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몇 시간 며칠 동안 분노해 본 적이 있는가, 90초 이후의 분노는 우리의 선택이다. 변연계감정프로그램은 90초 이후에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전히 멈추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간다. 이유 없이 찝찝하거나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있다. 그럴 땐 곰곰이 기분 나쁜 이유를 찾아낸다. 굳이 찾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아서 하루 종일 기분 나쁘길 선택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우리의 분노와 화는 90초 이내에 해소할 수 있다. 뇌가 통제불능으로 느껴질 땐 정서적 생리적 반응이 사라질 때까지 90초를 기다려보자.


우뇌의 행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공감, 우뇌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고르라면 기쁨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 작은 일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산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부부에게 우뇌의 기능이 잘 발달되어 있다면 부부싸움은 현저히 줄어들지 않을까.


우뇌와 좌뇌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내가 좌뇌의 기능에 더 가깝게 살고 있다는 점에 놀랐는데 사실 좌뇌형 인간을 동경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때부터 완벽주의자, 타고난 일꾼, 멀티태스킹에 능한 자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노력했지만 나는 여전히 우뇌형 인간에 가깝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완벽한 우뇌형 인간도 완벽한 좌뇌형 인간도 없다는 것이다. 각각의 지향점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우뇌와 좌뇌의 기능을 조화롭게 이용하여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면 된다. 그래도 한 가지 기억하고 싶은 건 감정프로그램의 지속시간이 90초라는 점이다. 90초가 지난 이후에는 화가 난 감정을 선택하지 않으리라 되뇌인다.


뇌가 나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가 뇌를 이용하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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