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참담함, 미안함. 안타까움 이젠 희망으로

by 리인

촛불 집회 이후로 더 이상 집회에 참여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2023년 7월 22일 나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쓰고 종로 거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교실을 매개로 일어나는 일들이 비단 교육과 소통만이 아닌, 고통과 폭력이라는 것을 알린 두 사건이 있었다. 먼저 선배교사로서 동년배의 아들을 둔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자기의 꿈을 이룬 공간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교육 현실이 되도록 방관한 선배 교사로서 그냥 모든 것이 미안했다.


10년 전부터인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들려오는 일종의 사건이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화가 난다고 커터 칼을 휘두르며 친구들을 위협하는 아이가 교실에 계속 앉아 있었고 , 선생님을 못 믿겠다고 교실밖 창문에서 학부모는 수업 내내 교실을 들여다봤다. 반장에 떨어진 이유가 선생님이 준비 없이 하게 한 토론 때문이라고 찾아와서 진상을 부리고 틀린 글자를 지우고 다시 쓰게 했다고 교무실에 전화해 아이가 모멸감을 느꼈다고 민원을 넣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근무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달래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어떻게 대처를 했어야 하나, 이번만 참고 넘어가자 하며 선생님답게 모범생답게 모든 책임을 떠안고 조용히 잘 해결되기만 바랬다. 속은 까맣게 썩어가면서도...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제는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기사를 보며 훌쩍인다고, 선생님들끼리 모여 신세한탄을 한다고, 현 세태 비판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어는 한 선생님이 목요일에 집회 신고를 했고 소식을 전해 들은 전국 각지의 선생님들과 예비교사들이 종로거리에 모였다. 나하나라도 힘을 보태자고 갔는데 정말 많은 선생님이 오셨다.


자유발언에서 서이초 선생님과 동갑이라는 앳된 선생님이 기간제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40분 만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고 3개월 동안 조사를 받은 이야기를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나갔다. 정말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유튜브로 시청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집회 마지막에 자신의 딸도 기간제로 일하던 학교에서 6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던 아버님... 집회 시간 관계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런 아픈 일이 반복되었는 사실이 또다시 안타까웠다.


지금의 젊은 선생님들이 근무할 많은 날들에는 이런 일을 다시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집회 마지막에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또 한 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23년 동안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배움을 가져갈 때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저 가르친다는 일이 보람되고 뿌듯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끼어들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고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제 어느 선생님의 교실에서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이번 주 토요일에도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빛나는 그날을 위해 나는 또 서울 구경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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