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특성상 한 가지를 오래 집중하기 힘들고 이것이 보이면 이걸 해야 하고 저것이 보이면 저걸 해야 하는.. 한마디로 주의집중력 부족!!
약을 먹으면 조금 고쳐지긴 하지만 완전히 고치기 까진 나의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 (ADHD는 실행력이 떨어지는 병이라 약물이 노력과 의지를 끌어올려주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주부의 일이라는 것이 모든 것에 멀티를 요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 요리만 해도 그렇다. 야채와 재료들을 손질해야 하고 준비한 그것을 양념과 함께 끓이고 조리고 간을 맞춰야 하고 또 꺼내놓은 양념통들과 설거지 거리들을 정리해야 하고 뒤처리까지 해야 하는 아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행위이다.
보통의 주부들은 그걸 하면서도 아이들의 등교를 챙기고 강아지의 배설물이 보이면 치우고 자고 있는 아이 깨우고 이 닦아라 세수해라 잔소리하고도 또 다른 일들을 잘할 수 있지만 나는 이걸 하다 보면 저걸 잊어버리고 또 저걸 하다 보면 이걸 잊어버린다.(지금도 나는 아이들 밥만 차려주고 이 글을 쓰고 있다 ㅜㅜ 아직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사실 글이라는 것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바로바로 기억을 해서 써내려 가야 되는 것인데 그런 영감(?)들은 찰나에 지나가기 마련이다.
오늘 초파리의 습격이라는 부제의 글의 영감이 떠올랐을 때 급히 저장해 두고 싶어 또 해야 할 일을 마무리 못하고 브런치를 켰다.
좀 전에 아이들 아침을 차려 주면서 이것저것 손질하고 준비하는데 초파리 한 마리가 나를 신경 쓰이게 했다.
아주 더운 한여름에도 별로 없었던 초파리들이 어디서 서식하고 있었는지 한 마리 두 마리 보이기 시작하더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태이다.
식기세척기에 식기류를 넣으려고 식기들을 애벌세척을 하고 있는데 이 노므 초파리들이 내 눈앞에 알짱거리기 시작한다.
한 마리를 죽이니 또 다른 놈이 알짱거리고 결국 그놈들을 모두 죽이려 에프킬라 동반에 이놈 저놈 보이는 놈마다 쫓아가서 한 마리 두 마리 없애느라 이제는 애벌세척 했던 것을 잊고 그놈들만 쫓아다니고 있는 그것에 꽂혀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을 내가 보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앉아 생각한다..
초파리 하나의 습격에도 모든 하고 있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나는 나약한 인간이구나..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이것은 충분한 글 소재 거리인데..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 또 내 기억 속에 사라져 버리겠지'
그러면서 초파리들은 또 잊어버리고 글쓰기에 집중하는 중이다. ㅋ
이것이 리얼 성인 ADHD 주부의 일상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멀티가 안 되는 주부의 삶이란..
늘 뭔가 바쁘고 분주하고 뭘 하는 거 같은데 실상은 뒤죽박죽 뒷 마무리가 안 되는 삶의 연속들..
계획을 하고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도장 깨기 식으로 하나하나씩 성취해 나가야 되는 것이 인지행동 치료의 기본 중 기본인데
자식이 세명 있는 주부의 일상은 참으로 닥친 일들 도장 깨기도 바쁜 일상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그래서 일들을 벌려놓는 것이 무서워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들 투성이다.)
이러다가 또 하루가 가고 그러겠지 ㅜㅜ
그래도 다시 계획하고 하나라도 지켜졌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며 어제와 다른 나에게 칭찬해 주고 성장해 가는 나이고 싶다.
이제라도 인지하고 고쳐 나가고 안되면 다시 그 자리에서 시작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정신 놓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