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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Nov 03. 2024

성인 ADHD 주부의 일상

사랑이 뭔가요? 극 T 엄마의 고백



 나는 정이 많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참 부럽다.

아마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겠지.

극 T인 나는 우리 아이들의 대화에서 공감 잘 못하고 어쩔 땐 딸아이들이 하는 얘기의 말귀도 잘 못 알아먹는 엄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하다가도 내가 못 알아들어 '뭐라고?'이렇게 얘기하면 '아니 됐어..'라고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다.




 아이 엄마가 되면 저절로 모성애가 생긴다는데

난 아직도 모성애라는 것이 있는 엄마인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동물들도 제 새끼한테는 최선을 다하고 잘해주는데

늘 나는 내가 먼저인 인간인 것 같다.니 이 나이 먹도록 인간이 덜 된것 같다.

그것이 자꾸 나를 관계에 있어 뻗어나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인 것 같다. 그것이 가족 과의 관계에서 조차도 말이다.





 어떤 것에 최선을 다해야지만 그것에 대해 미련도 생기지 않고 또 안되었을 때 후회도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 무엇에 과연 나는 최선을 다해봤는가?

라는 물음에 부끄럽지만 나는 없었던 거 같다.

죽도록 무엇에 최선을 다하고 성취를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하다가 안될 거 같으면 포기하거나 피해버리거나..

부끄럽지만 살면서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이루어낸 무엇인가가 없다.

내 나이 43살이 되도록 말이다.

그래서 애들한테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라!라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못한다.

모든 ADHD엄마들이 그렇듯 가장 잘 안되면서도 답답한 것이 나도 안되는데 그것을 아이에게 강요해야 할 때일 것이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공부해라고 얘기하고 어떤 습관에 있어 잔소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 엄마는 공부를 잘했는데 살아보니 공부 잘해도 별것 없더라 라는 생각이라 그러셨다 했다.)

그래도 난 이래도 내 자식은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닌가!!


하지만 내 인생은 늘 충동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벌려놓았던 것에 대한 책임과 죄책감들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다.


근데 그런 내가 감히 조언을?..


대물림해주고 싶진 않은데 딱히 가르쳐 줄 수도 없다.

마치 실패자가 어느 누구에게 조언을 해도 먹히지 않는 것처럼 조언조차 해줄 수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지금도 내가 성인 ADHD라는 것을 알고 있고 세상에는 이 핸디캡으로도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나처럼 그냥 인생을 손 놓고 있는 사람도 있을까 싶다.




대학시절 나는 피아노를 전공했었는데 레슨 시간 나의 담당 교수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분명 재능도 있고 시키는 것은 잘 해오지만 늘 의욕 없고 욕심도 없으며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는 나를 간파하시고 하신 말씀인 것 같다.


그렇다. 한때는 우리 학교에서 유망주(?)였던 내가 지금 커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실기에서 만큼은 성적이 잘 나왔었고 그것으로 만족했었다.

그냥 그 인정 만으로 만족했다.


그렇게만 하면 나는 잘 살아질 줄 알았다.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진로와 직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실패와 좌절도 해보는 경험을 하면서 지내는지 몰랐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나는 늘 피해 다녔다.

전공에 대해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더 부딪혀보고 고민해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동아리로.. 아니면 새로운 남자친구에게로

그렇게 나의 안식처를 찾아 도망쳤었다.


그 피난처를 정당화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심지 않은 것에 대해 거두지 못한 것을 억울해하면서 나의 게으름과 의지박약을 포장하면서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 스스로에게 포장하며 착각 속에 살아갔었다.




회피라는 것은 나에게 꽤 오래된 친구이다.


나의 인생에 연애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나는 항상 금사빠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사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었다) 날 좋아해 주는 사람 

사차원이라 불리는 나를 관심 있어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금방 사랑에 빠졌었다.

냄비처럼 금방 사랑에 빠진 나는 또 금방 사랑이 식어버렸다.

연애기간이 100 일을 넘긴 일이 별로 없다.

뭔가 더 깊게 알아 간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ADHD에게 사랑이란 충동 그 자체이다.


나는 회피형 연애를 하는 사람이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의 남편과는 연애를 짧게 했지만 결혼 적령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혼전임신이 되어 특별히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결혼이 성사되었다.

그  당시 남편은 대기업에 취직이 되어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우리 엄마에게는 딸의 신랑감으로 제격인 사람이었다.


그리고는 결혼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나는 주부가 되어있었고 아이 엄마가 되어 있었다.


나 같은 ADHD환자에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멀티인데

끊임없이 요구하는 아기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동시에 집안 살림도 해야 하는.,

모성애는커녕 아이를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올라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래도 그런 충동을 참은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그야말로 집은 항상  난장판이었고 다행히 그때는 시댁과 한 아파트에 살며 시부모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계획 없이 하늘의 뜻(?)으로 아이들을 세명이나 낳았다.

내가 셋째를 가졌다고 친정엄마에게 전화했을 때 엄마의 반응이 너 어쩌려고 그랬냐 라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내 삶은 계획도 없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왔는데 이제야 이것이 나의 ADHD라는 질병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라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될까?





더 이상 포기하고 회피한 길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인생의 방향을 180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천천히 실행가능한 계획들 도장 깨기로 하루를 채워야 한다.


하나님께는 영원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으시다는 말씀이 있는데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방주에 올라타야 한다.


지금도 글 쓰면서 과거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좌절되지만 또 한걸음 나아가야겠다.


다시 하루를 시작하자.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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