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애정

그 흔하고 지겨운 모녀 관계의 서사, 거울을 보듯 달아나기

by 카풋


사랑은 잔잔하게 주기도 하고, 날카롭게 찌르기도 한다. 나와 그녀의 사랑은 후자였다. 가장 매서운 말로 상처를 주겠다는 마음, 그것은 애정인 줄 알았다. 동거했던 사람이 날 배신한다고 느꼈을 때,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제일 후벼팔 수 있는 단어를 모았다. 하나씩. 그 단어들은 갈고 닦은 예리한 칼날처럼 정확히 마음에 꽂힐 것이니까. 이 단어를 담은 편지는 사랑의 최종 장식, 화려한 이별이 될 곳이었다. 내 손아귀에서 놀아날테지.


아침 탁자 앞에서 기지개를 펴며 꿈뻑거리는 눈을 뜬 나에게 그녀는 숨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너, 오늘 어떻게 할 생각이니? 뭐 입으려고? 초록색 샐러드와 병아리콩, 그리고 계란이 올려진 접시 앞에 앉아 몰라, 라며 태평하게 대답하는 나에게 그녀는 말을 하려다 삼키고 앉았다. 그녀 옆에 앉은 동생은 핸드폰을 스크롤하며 앉아 묵언 수행 중이었다. 나 유튜브 틀어 놓아도 괜찮지? 라고 물은 후에 오늘의 주식에 대한 남성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 왜 팔았으려나, 라며 아쉬워하는 것은 아침 행사와도 같은 말이었다.


밥을 먹고 들어와서 이리저리 옷을 맞춰보았지만, 대강 차분해보이는 검정색 치마와 셔츠가 최선이었다. 이미 옷을 몇 차례 갈아입어 땀이 줄줄 흐르기는 했지만, 화장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뭐 입었니? 문을 두들기며 엄마가 들어왔다. 한숨을 푹 내쉬며 하는 쏜살같은 말은, 이럴 줄 알았다에서 시작했다. 그녀는 모든 옷에 있는 구김을 붙잡고는 옷장에 있는 옷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백화점에 미리 갔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이었냐부터. 얼굴의 각질과 화장의 들뜸부터, 모든 것이 구겨진 것이었다. 중요한 날에 왜 너는 항상 이 모양이냐는 말이 10분 간 여러 변주를 통해 지속되다가, 그녀는 당장 백화점에 가야겠다며 옷을 입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짐 챙겨라.


지금은 11시 30분. 애인의 부모님과 만나는 시간은 7시지만, 애인과 만날 시간은 12시. 차라리 기다리라고 해, 라며 나선 그녀의 그림자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는 따라 걸었다. 누구나 알아볼 정도의 먼 거리를 두고, 모두가 알 수 있는 화남의 얼굴을 하고 그녀와 나는 걸었다. 굳어진 얼굴은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게 도착한 백화점에서 그녀는 한정 세일의 물품을 찾듯 매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옷걸이를 보면서, 그리고 나를 보면서 눈에서는 한숨이 배어나왔다. 직원이 다가오자 그녀는 입만 웃으며, 우리 애가 통통해서 그것보다 더 큰 사이즈가 있을까요? 라며 물었다.


탈의실은 대기가 있었다. 탈의실 바로 앞 거울을 앞에 두고 엉덩이를 보며 바지 핏을 살피는 다른 손님에게 그녀는 마르니까 뭐든 이쁘네요, 잘 어울려요라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몇 개를 받아 탈의실에 들어갔고, 무엇이든 성에 차는 옷이 있기는 어려웠다. 살 거야? 말 거야? 라며 묻는 그녀의 말투는 이미 실망이 가득했고, 직원은 그럼에도 잘 나간다며 입으라고 판매를 이어갔다. 뭐 도리가 있겠는가? 몇 번이나 그녀는 되물었지만, 이미 폭망한 무대였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를 수없이 입으로 삼키면서 걸어가는 내게, 더 작아진 키로 걸어가는 그녀는 손을 꼭 잡았다. 질질 끌려가는 개마냥 손을 붙잡힌 채 걸어가는 모양새였다. 집에 돌아와 그 날 다시 입게 된 것은 처음 고른 치마와 셔츠였다.


그녀는 이렇게 자주 애정 펀치를 날렸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왜 항상 그런가에 대해 질문했고, 그 꽹과리와 같은 분노는 30분 내리 지속되는 칼춤이 되었으며, 그 칼은 항상 정확히 꽂힐 방법을 찾았다. 응답하지 않을 때는 더 매서워졌다. 멈춰지지 않는 팽이처럼 돌고 돌면서 더욱 큰 태풍이 되었다. 그러고서 그녀는 그런 날마다 잠을 자지 못했다. 뜬눈으로 지새우는 것은 타오르는 불길에 남아있는 낙엽 아래 불씨처럼 잔존하여 새벽을 태웠던 탓이었다.


식탁에서는 이런 펀치가 더 효과적이었다. 내려갈 수 없는 링에서의 싸움처럼 입에 넣은 음식을 물고 도망갈 수는 없던 탓. 펀치를 피하려면 도망가야 하는데, 맨몸으로 앉은 나는 접시를 얼른 해치워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이미 가득했던 그녀는 건너편에 앉아있는 동생과의 대화에서 전장 속에 필요한 단어를 신중히 골랐다. 점점 단어들이 뾰족해질수록, 그리고 내 머리가 점점 접시 위로 숙여질수록, 오히려 말들은 멀리 가지 않고 위장 위에 턱턱 쌓였다. 그렇게 쌓인 말들이 눈물로 뚝뚝 떨어지면, 그녀는 소리를,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 질질 짠다. 머리가 지끈거릴만큼. 그녀의 매서움은 그저 닫힌 문을 열겠다는 것이니, 어떤 소음이든 애정이 된다.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다. 그녀가 내 건강을 걱정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서. 매일 새벽에 병아리콩과 계란을 삶고, 과일 한 쪽도 혼자 먹지 못하고 나누니까. 집안일을 미루기는 커녕 매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행하니까. 그런 그녀의 펀치는 오직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자의 펀치다. 매일의 미세한 얼굴 부음과 잡티의 변화를 순식간에 알아차리는 그녀 앞에서 나는 쥐구멍 속으로 도망간다. 구멍 앞에서 그녀의 말만큼 매서운 말을 고르려다가, 이 모든 것이 슬퍼서 그냥 운다. 그러다가 그녀가 또 밤을 샐 것 같아서, 그래서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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