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레곤에 꽂힌 딸의 눈물겨운 콘서트 티케팅 여정은 어제 저녁 8시 마무리되었다. 딸은 8시 정각에 티케팅을 했고 대기 8000번을 거친 뒤 토요일 첫 콘서트 1층 R석을 끊었다. 토, 일 합쳐 8만석 중 8000번이라는 대기숫자가 떴을 때 딸은 그동안 고생했던 자신을 다독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되었다고.
딸은 내 폰으로 티켓구매를 시도하며 방해금지모드를 설정해 전화를 차단했다. 접속하지 않는 앱 삭제, 중복된 사진 삭제와 휴지통 비우기를 완료했다. 그리고 와이파이로 접속하면 좋을지, 데이터로 접속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미리 파악했고 와이파이를 선택했다. 데이터로 접속하면 튕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또 1시간 반 전부터 티켓팅을 하는 앱에 접속했다. 늦게 들어가면 에러가 날거라는 걱정에서였다. 결제오류가 생길 것을 대비해 자신의 무릎 위에 내 카드를 준비해놓고 있기도 했다. 앱카드 결제가 안되면 바로 카드 번호를 적어 결제하겠다며. 심지어 빠른 결제를 위해 카드 번호를 외우기까지 했다.
나는 자신이 꼭 하고자 하는 것은 끝까지 파고드는 딸의 집요함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하튼, 티케팅을 성공했기에 나도 한시름 놓았다. 만약 안되었다면 딸이 느꼈을 그 절망감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애궂은 남동생에게도 불똥이 튀었을지도 몰랐다.
딸은 티케팅을 위해 몇 주 전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먼저 지드래곤 멤버쉽을 가입했다. 멤버쉽 가입을 통해서만 선예매가 가능했다. 딸은 그즈음부터 계속 멤버쉽 사이트를 다니며 모든 상황을 주시했다. 티케팅을 쿠* 플레이에서 한다는 공지가 뜨자 곧장 쿠* 플레이에 가입을 완료했다. 그리고 선예매를 위해 28시간 이내 서베이를 해야한다는 공지를 본 뒤 곧바로 서베이 가입까지 완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딸은 자신의 티켓팅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기 위해 반응속도테스트라는 앱을 깔아 날마다 연습했고 다른 콘서트 티케팅을 사전에 해보기까지 하며 자신의 티켓팅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반응속도테스트앱을 알려주며 티케팅을 빠르게 하는 법을 전수했다. 또 사람들이 서베이를 했는지, 토일 중에 어느 콘서트를 원하는지, 콘서트 자리는 어디를 원하는지 등을 조사하는 설문지를 만들어 직접 설문조사까지 했다. 또 지드래곤 물품을 구입하고 비싼 값으로 파는 경우에 대해서도 소속사에 알려주기까지 했다. 딸은 지드래곤 소속사 직원이 아닌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여하튼 그런 정성이 통했는지 딸은 그토록 원했던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나는 이번에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유명가수의 콘서트는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티케팅이 힘들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유명가수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도 실감했다. 지드래곤의 매력에 푹 빠진 딸이 아무쪼록 콘서트가 끝난 뒤 그 에너지를 받아 더욱더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본다. 결국 나는 현실엄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