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에 새로오는 교사는 나 하나뿐이었다. 학교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선생님들도 이전 학교에 비하면 적은 편이었다. 어색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건 교사의 숙명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고 적당히 적응해야 함을 알기에 나는 익숙한 듯 행동하려고 애썼다. 내게 인사를 하는 선생님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분들을 몰랐다. 서로 모르지만 인사를 하고 조금씩 적응해야 하는 새 학기.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아이들을 만났고 그 낯섦의 무게가 아주 조금 가벼워지는 듯 했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점점 크게 다가왔다. 일 년 동안 아이들과도 잘 지내 6학년 졸업을 잘 시켜야지, 학년 선생님들 중에 내가 그래도 연배가 많은데 폐는 끼치지 말아야지, 학교 업무도 놓치지 않고 해내서 학사일정에 맞게 해 나가야지 등등.
하지만 또 그런 생각에만 빠져있을 틈이 없는 곳이 학교였다. 오후에 회의를 하고 교장실에 들어가서 관련 의견을 나누고, 학년 선생님들과 의논할 것들을 챙기고, 아이들과 함께할 학습교구들을 챙기다 보면 또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틈틈이 새로 근무하게 된 학교의 좋은 점을 찾으려고 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이며 행복은 내 발바닥에 붙어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다. 나는 첫날 아이들에게 그 말을 하며 작은 행복을 찾아라는 말을 했다. 아마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건 나이가 들어봐야 더 느끼게 되는 거니까.
내가 찾은 학교의 좋은 점. 학교는 제법 높은 오르막에 있어 창문을 열면 탁 트인 느낌이 들었다. 아직까지 큰 바퀴벌레가 나타나지 않았다. 날마다 학교에 가장 먼저 오는 OO는 자세가 바르고 책을 잘 읽어 고마웠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은 내 말을 귀담아들어주고 잘 웃어주었다. 학교 뒤편 주차장이 넓어 좋았다. 급식시간이 기대되었다. 누가 내게 이렇게 따뜻한 점심을 주겠는가.
오늘은 주말. 가족들에게서 행복을 발견하고 일주일 동안 열심히 생활한 나를 다독여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