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보고 싶은 우유는 10월 16일을 마지막으로 베란다를 떠났다. 우유의 자녀들이 생겼는지, 치즈와 어느날에게 보금자리를 양보한건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우유는 두 달 이상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고 있다. 츄츄가 사라진 뒤 한참 마음이 안 좋았는데 우유가 자취를 감추자 더없이 마음이 아팠다.
찌질하지만 마음이 착한 우유는 엄마 치즈와 동생 어느 날에게 보금자리를 양보한 듯 했다.
하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던 나비의 영역다툼이 시작되었다. 우유가 있는 동안은 우유가 겁이 나 접근하지 못했던 나비는 치즈와 어느날만 있는 베란다에 주인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비는 도대체 언제까지 치즈를 미워하며 살까?
나비는 치즈가 정말 싫은가보다. 치즈가 조금이라도 편한 꼴을 못 본다. 나비의 질투심은 나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뿐 아니다. 얼룩이 고양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건지. 나비에 비해 치즈에게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여하튼 나비와 얼룩이가 드나드는 베란다에는 힘없는 치즈와 어느날은 발을 붙이기 힘들었다.
치즈와 어느날, 또는 치즈, 또는 어느 날은 베란다에서 쫓겨났다. 더이상 집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치즈와 어느 날은 나비가 없는 때만 골라 먹이를 먹으러 왔다. 치즈는 주변을 계속 살피며 밥을 먹었다. 또는 어느 날 혼자 밥을 먹으러 오기도 했다. 힘없는 치즈와 어느 날은 추워지는 날씨에 나비 눈치를 보며 근근히 하루하루 먹고 사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치즈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비는 치즈가 베란다에 오기만 하면 나타났다. 높은 곳에서 치즈를 내려다보다가 가까이 와서 치즈를 살폈다. 나는 그런 나비가 치즈를 공격할까봐 문을 열어놓고 나비를 주시했다.
치즈도 어느 날도 이 추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어야할텐데. 걱정이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밥 먹을 때 나비가 못 오게 경계해주는 정도 밖에 없다. 그 외에는 치즈와 어느 날의 몫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산다는 건 참 치열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지켜야 되는 가족이 있고 그렇기에 또한 강해질 것이다. 치즈는 어느 날을 지키기 위해 더 강한 엄마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치즈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