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가족 네 명이 움직이려니 돈도 제법 들었다. 그래도 중학생,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들었다.
어제저녁에나무베란다에 있는 치즈의 먹이를 가득 챙겨주고 햄스터 먹이와물고기먹이도 미리 챙겼다. 둘째는 새벽 일찍 도마뱀 밥도 챙겨주었다.
드디어 가는 날. 새벽공항리무진을 타기로 했다. 나는 일찍 일어나 집을 정리하고가족들이 먹을간단한 아침도 준비했다. 남편도 일찍 일어나 짐을 점검하고 아이들을 깨웠다.
그때까지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지만 까칠한 딸과 완벽주의 남편의 사소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문제집 한 권을 누구 가방에 넣느냐로 시작된 싸움은 말다툼, 훈계, 말대꾸가 반복되었다. 금방이라도 여행계획을 취소할 것처럼 서로 씩씩거렸다. 하지만 결국 각자 화를 풀고 사과를 한 뒤 집을 나섰다.
여행의 들뜸과 설렘보다 싸움부터 하는 걸 보며 서로 풀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바탕 공짜 싸움을 실컷 한 부녀는 리무진버스에서 슬쩍 말을 걸고 장난을 쳤다.
나는 참 속도 없네, 하고 웃어넘겼다.
가족이라서 또 이렇게 사는가 보다. 그리고 또 하루는 시작되었고 이번 생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