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_나는 아직도 상을 차린다
나는 늘 감정을 뒤로 미뤄두고 살았다.
기분이 상해도 참고,
억울해도 꾹 눌렀고,
슬퍼도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먼저 울면
가족들이 더 힘들 것 같아서
내가 삐지면
공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늘
'먼저 괜찮아지는 역할'을 해왔다.
감정을 말하는 건 민폐 같았다.
표현은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졌고,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내가 약한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웠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늘 마지막 순서였다.
내 감정은 늘 미뤄졌고,
때론 사라졌다.
이제는 안다.
감정에도 순서가 필요하다는 걸.
남을 먼저 이해하기 전에
내 감정을 먼저 확인하고, 인정하고, 품어주는 순서.
요즘 나는
내 감정부터 살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참았던 그 감정들을
조금씩 꺼내보고,
그 안에 쌓여 있던 나를 다시 안아보는 중이다.
그게 자주 흔들리고,
때론 너무 늦은 것 같아도
이 순서를 바꾼다는 건
내 인생을 바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
감정에도 순서가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순서에서 나는 첫 번째로 놓이고 싶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식이고,
나답게 살아가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