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_나는 아직도 상을 차린다
내가 처음으로
나답게 살겠다고,
이름 석 자를 나한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을 때.
너무 오래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로만 불려서
내 이름은 삶 어디에도 없었다.
그걸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심은 말이 씨가 되도록
입 밖으로 배 뱉었다.
미니홈피 타이틀처럼
"생각이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
그러한 세상을 꿈꾸며...
내가 변화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한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야, 너 진짜 변했다. 예전 같지 않아, 나쁜 년"
그 말에 처음엔 당황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이없고 괘씸했다.
나는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할 나'로 돌아가고 있는 중인데,
그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말하고 살아야 했구나"
나 같으면 친구가 상처받을까
그렇게 느꼈어도 말하지 못했을 텐데...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착한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참고,
얼마나 많은 말들을 삼켰는지를.
불편해진 건 내가 아니라,
내가 예전처럼 다 들어주지 않게 되니까
상대가 불편해진 거였다.
이름 석 자를 되찾는다는 건
단지 글을 쓰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내 인생에 나를 다시 배치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중심에 서는 나.
내 감정을 먼저 묻는 나.
사과할 이유 없는 일에 고개 숙이지 않는 나.
그걸 지켜내는 게
어쩌면 관계 몇 개를 잃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지금도 가끔 그 친구가 떠오른다.
덕분에 나는 더 단단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변한 게 아니다.
이제야 내 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게 어쩌면
내가 진짜 나로 살아가기 시작한
첫 번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