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

상대성똥이론

by 손진일

글쎄 물리학자들에게는 실례가 될지도 모르는 제목으로 글을 쓴다. 대학 시절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심이 많아도 이과 출신이 아니라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름대로 뭔가 알기 위해 친구들과 밤새 토론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이해하기는 어려워도 상대성이론에 관심이 많았다. 뉴턴의 질량 불변의 법칙이나 중력은 공식도 배워서 알았기에 얼만큼 재미도 나름 있었지만 상대성이론은 여전히 넘사벽으로 남겨진채 건너편에서 나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격지심인가 보다. 그래서 문득 이 상대성 개념을 똥에 빗대어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요즘 같은 비데식 변기가 아니라 고전적인 변소였고 쭈그려 앉아 전통적인 낙하의 법칙에 따라 대변을 봤다. 한번씩 퇴비를 제조하기 위해 퍼내고 나면 똥간의 높이가 상당해서 낙하한 폭탄이 수면에서 일으킨 똥물 파편이 높이 튀어 엉덩이를 적시는 황당 경우가 있었는데 당시에 이것을 풍자한 콩트도 제법 많이 등장해서 좌중을 웃겼다.

사실 똥에 관한 이바구는 시대에 걸쳐 매우 버라이어티하다. 우선 아기 똥과 어른 똥은 콘셉트 자체가 아예 다름을 알 수 있다. 아기의 똥이든 어른 똥이든 배설물이라는 개념은 동일해도 장르가 다르다. 그 까닭이야 알 수 없어도 아마 똥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미가 점점 더 추상적으로 또 고약하게 변질이 되었던 때문은 아닐까. 똥은 화학적으로 보면 유기물의 복합체로써 복잡한 성분으로 구성된 물질이다. 수많은 재료가 블랜딩 되어 여러 케미 과정을 신속하게 거쳐서 마침내 대장에 이르면 비교적 장시간 체류하면서 그 동네에 거주하는 조단위의 엄청난 수량의 미생물 먹이로 제공된다. 그 미생물들이 맛있게 먹고 소화 처리한 배설물 즉 똥이 마지막 관문인 똥고를 통해 배출되면 다양한 루트를 거쳐 토양으로 또는 바다로 환원하게 된다. 자연법칙의 아름다운 순환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사용하고 남은 기름 찌꺼기는 차똥에 속한다. 사람과 달리 차는 눈치 안 보고 매연을 연속으로 뿡뿡 뿜고 달린다. 배기가스는 사람 방귀처럼 구리지 않아서 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사실 차량의 매연이 방귀보다 더 독성이 훨씬 하다. 그래서 자동차는 머플러를 달고 달린다. 그리고 사람의 방귀처럼 혐오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특히 마침 출근 승강기에서 풍기는 독특한 방귀의 찐하디 찐한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들.


사람의 장이 때로는 똥통이라고 비하되기도 하지만 수십 조의 미생물들에게는 삶의 텃밭이며 축복의 대지라 볼 수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떠든다면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온갖 미생물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우리 몸 특히 대장의 주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놓고 무시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다시 똥으로 돌아가면 속설에는 개똥도 약에 쓰인다는 말도 있다. 나아가서 현대의학은 고장이 난 장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똥을 주입하여 치료에 성공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쯤되면 똥도 그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더러운 배설물이나 오물이 아니라. 상대성이론을 기억하자. 조건에 따라 빛의 속도가 달라짐을.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하면 깔깔거리고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똥은 그 자체가 본능과 아주 밀접한 자연의 산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갓난아기는 똥의 소프트한 촉감이 좋아서인지 깔아뭉개며 마냥 즐거워한다. 할배들은 애기똥을 더럽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구수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물론 똥 냄새 자체도 어른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숭악한 어른들이 싸놓은 것과는 냄새의 차원이 다르다. 어른들은 독한 알콜과 고기니 뭐니 온갖 잡동사니를 다 부어서 내장을 돌리니 냄새가 여간 고약스럽지 않다. 게다가 연식이 길면 똥 냄새가 더 지독하게 구리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활동하고 남은 물질을 재활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냄새도 나지 않는 청정물질로 환원시킬 수 있을까?


어릴 때 명절 전날에 어무이 따라 방앗간에서 본 광경이 칠순인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쌀을 찧어 떡 기계에 붓고 기다리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이 동그란 구멍을 통해 길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게 여겼다. 기계가 마치 똥을 싸는 것처럼 보였다. 하얗고 길게 늘어진 거 머시기 같았다. 어린애가 고구마를 먹고 똥을 싸면 고구마 냄새가 나듯 가래떡은 떡 냄새를 풍겼다.


사람도 쓸데없이 해로운 것 안 먹고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면 악취가 나는 똥을 싸지 않을지도 모른다. 염려 없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며 이상한 음료를 들이키지 않고 자극성이 강한 것을 멀리한다면 뭔가 희망스러운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의외로 무식한 존재가 사람이다. 미생물이 먹고 퍼질러 싼 똥인 요구르트를 시시때때로 먹고 마시며 즐거워한다.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고 즐겨 먹는 건강식 꿀은 벌들이 먹고 뱃속의 꿀주머니에서 소화를 시킨 것을 토해 놓은 물질이다. 최고급 향수 샤넬의 No.5 의 원료로 사용되는 앰버그리스가 고래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것이라 들었다. 우리 똥은 더럽지만 다른 똥은 잘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 아이러니?


몇 년 전에 폴 세이건이라는 천체학자가 저술한 코스모스라는 책을 다이제스트 식으로 훑어보고 지구라는 실체를 알고 나서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먼지처럼 작고 창백하게 빛나는 푸르스럼한 점에 불과했다. 형광펜으로 표시하지 않았으면 찾을 수도 없는 이 먼지보다 작은 점 속에서 우글거리며 사는 인간인 주제에 어떻게 감히 미생물에게 아 하며 괄시하랴.

길옆에 있는 개똥이 더러워 피해 가면서 사람 똥은 더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똥주머니를 몸 안에 지니고 다닌다. 큰 사람은 큰 주머니를 작은 사람은 작은 것을 가지고 있다. 예쁜 사람은 예쁜 모습에 비례하여 아기자기한 작은 주머니가 연상 된다. 우리는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다. 더우기 슬픈 것은 사람은 입으로 똥보다도 더 나쁘고 독한 오물을 쏟아내며 주변을 낙심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악한 말과 부정적인 말이야말로 진정 피해야 할 더럽고 지독한 똥이다. 우리는 입으로 복을 짓는 말이 정말로 필요한 세상에 살고있다.



Out of the same mouth proceed blessing and cursing, my brethren, these things ought not to be so(야고보서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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