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5

'나'에게 집중할래요.

by 알럽윤

5. '나'에게 집중할래요.


도망치기로 결심한 다음날 아침.

그날 정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새벽 6시.


일어나서 차 한잔을 마셨다.

오늘부터 나는 '뭘 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 말하지?'가 걱정이었다.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하지?

내가 쉰다고 하면 가족들이 반길까?

이 나이에 쉰다고 하면 한심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왜 쉬냐면서 비난하면 어떻게 하지?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나를 감싸는 거 같았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다.

내가 내 책임을 다 안 하려는 느낌이기에 죄책감이 든다.


그 누구도 나에게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맞서고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나에게 너무 힘든 방법이었다.

버티고 견딘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나에게 너무 상처만 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일까 내가 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거 같았다.

나 스스로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게 얼마나 절망스러운가.

가장 사랑해야 할 나 자신인데 나는 나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하나둘씩 모여서 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거 같았다.

바닥의 끝이 없는 거처럼 미친 듯이 끌어내리는 이 기분...

정말 더러웠다.


밖을 보니 해가 뜨고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출근하는 모습, 강아지를 산책하는 모습, 운동을 하는 모습.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세상은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에서 나만 빼고...


그날 하루는 정말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즐겨 읽던 책도 읽지 않고 그저 고독을 느꼈다.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거 같았다.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쉰다'는 말을 하는 게 왜 이렇게 무서운지 잘 모르겠다.


오후 6시.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있을 시간이다.

다행히 엄마와 따로 살고 있었어 대면하면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어. 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장은 미친 듯이 터질 거 같았다.


"엄마."


[무슨 일 있어?]


내가 뱉은 한 단어에도 엄마는 내 기분을 알고 있는 거 같다.


"별일 없지. 그냥 엄마한테 할 말이 있었어."


[뭔데?]


"엄마... 나 좀 쉬려고... 못 받은 급여 다 받고 직장 구하려고. 너무 힘들어서 2가지를 한 번에 못하겠어."


오늘 하루종일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해 낸 핑계였다.


[그래라.]


응?

엄마의 쿨한 반응에 나는 당황했다.


"응?"


[쉬라고. 쉬면서 못 받은 급여 다 받고. ]


"엄마. 나 안 미워?"


나는 당연히 엄마가 나를 비난할 줄 알았다.

지금 나이에 직장 구하기 힘든데 왜 쉬냐?

이런 말이 나에게 할 줄 알았다.


[내가 왜 미워해? 너도 속이 아니겠지. 그래 좀 쉬면서 월급 다 받고 다른 일 찾아봐.]


"응..."


[쉬면서 다이어트하면 더 좋고. 끊어. 엄마 이제 모임 가야 돼.]


"응!"


엄마의 말에 왠지 모를 힘을 얻은 거 같았다.

우리 엄마는 나를 이해 못 할 줄 알았다.

나만큼 속이 안 좋았던 엄마였기에...


하지만 세상 쿨한 반응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고민했던 나는 뭐 한 거지?


허무했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엄마와의 전화통화로 힘을 얻은 거 같다.


솔직히 지금 쉰다는 건 도망치는 게 맞다.

누구는 이런 나를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만 도망가는 게 맞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말할 수 있다.


지금보다 좀 더 건강한 나를 만들고 도전할게요.

그렇게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는 저에게 집중할래요.

버티고 견디느라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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