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기꾼은 ‘뻔뻔’하다
역시 사기꾼은 ‘뻔뻔’하다
엄마와 전화통화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인지 내 머릿속에 복잡했던 것들이 많이 정리가 되었다.
엄마와 전화통화 한 뒤 일주일정도 지났다.
일주일기간 동안 실업급여도 신청하고 자격증도 알아보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달력을 볼 때마다 ‘추석’이 마음에 걸렸다.
이번 추석에 본가에 가면 집안 어르신들의 오지랖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내 통장을 확인해 봤다. 10만 원이라도 있으면 고생하는 우리 엄마에게 용돈으로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만 원을 엄마에게 주면 나는 이번 생활이 빠듯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상무님께 전화가 왔다.
[윤주임. 대표가 전화 왔어?]
갑자기 대표가 전화가 왔냐는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아니요. 전화 오셨어요?”
대표님은 본인이 필요하면 전화하는 스타일이기에 민사, 형사 소송을 건 상무님께 전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윤주임. 이번 주에 아마 한 달 치 월급은 들어올 거야. 아까 전에 대표가 전화 와서 준다고 하네.]
5개월 중에 1개월이라도 월급을 받는다는 게 정말 다행이지만 뭔가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한 달 치를 주면 다행인데 갑자기요?”
[이번에 어디서 돈을 구했나 보지.]
“1개월치 다 줄까요? 저번에도 준다고 해놓고는 우리 보고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대표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회사에 재직 중에도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이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급일이 다가오면서 지급일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났었다.
“상무님도 당해서 알잖아요. 며칠까지 준다고 해놓고서는 잠적한 거.”
내 말에 상무님이 큰 한숨을 쉬었다.
[알지. 근데 이번에는 정말 준다고 하네. 아마 지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서 줄 거 같긴 한데 그 후가 문제여서… 그게 걱정이야. 윤주임은 아직 소송 안 했지?]
“네. 소송을 걸고 그 시간 동안 견딜 자신이 없어요. 지금도 너무 힘든데…”
[힘든데 이게 제일 확실한 방법인 거 잊지 마.]
“네. 알겠습니다.”
[그래. 아마 대표가 전화 올 거야. 1개월 월급 준다고 해놓고 100만 원 준다고 할 수 있으니깐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1개월치 월급 다 받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송 걸고 싶으면 말해.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상무님과 전화통화를 끝내고 역시나 대표가 전화가 왔다.
[윤주임. 이번주까지 1개월치 월급 줄게.]
“네. 알겠습니다.”
[근데.. 우리 이번 연도에 설날 선물세트 보낸 리스트 어디 있지?]
“네? 설마 지금 추석 선물 보내려고 그러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보내야지. 그러니깐 명절 명단 어디 있어?]
하아… 내 몸 깊숙이 욕이 나온다.
“지금 저한테 그걸 물어보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월급을 못 받고 있는데 본인 지인 선물이라니. 말인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의 상식선으로는 이 분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거 같았다.
[내가 뭘? 지금 윤주임이 명절 명단 관리 했으니깐 물어보는 거잖아.]
진짜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정말 황당해서 말문이 탁 막히는 순간이었다.
[내가 월급 안 준다고 했어? 이번주에 준다고 했잖아.]
정말 뻔뻔하다 못해 사람이 정말 못됐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 순간이었다.
“공유폴더에 들어가면 제 이름으로 된 폴더에 명절 명단 있어요. 그거 보시면 되세요.”
[응. 이번 주에 돈 들어갈 거니깐 걱정하지 말고.]
전화 통화를 끝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도저히 저 대표의 마인드가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뻔뻔하다 못해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열받은 나머지 상무님께 전화를 걸었다.
[어. 윤주임.]
“상무님 아까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무슨 일 있었어?]
“대표가 전화 와서 저한테 명절 명단을 달라고 하네요.”
[어? 무슨 말이야?]
“본인 이번 추석 때 명절선물 돌린다고 저한테 명절 명단 달래요.”
[하아…]
상무님의 깊은 한숨이 들렸다.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새끼, 미친 새끼 아니냐?]
“상무님도 아시잖아요. 매번 명절 때마다 선물 산다고 300만 원 그냥 쓴다는 거.”
[그러면서 우리한테 돈 없을 수도 있으니 100만 원이라도 받으라는 말을 한 거고.]
“이게 사람이에요? 지금 본인은 조그마한 불이익을 보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하아…]
“제가 명단을 관리했으니 물어본 거고, 월급 안 준다고 안 했고 1개월치 준다고 했으니 뻔뻔하게 나오는 거예요.”
내 말에 상무님은 욕을 한 바가지 한다.
정말 이 더러운 기분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그나마 상무님이라도 내 기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니 말은 했지만 내 입으로 그 상황을 말하면 말할수록 점점 더 기분이 더러웠다.
[일단 알겠어. 내가 오늘 그 새끼한테 한판하고 1개월 월급 다 받을 수 있게 해 볼게.]
“하아… 상무님께 안 좋은 소리만 한 거 같아서 기분은 안 좋네요.”
[아니야. 서로 이렇게 공유를 해야 저 새끼 한번 잡지.]
“하아…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네.”
상무님과의 전화통화를 끊고 더 기분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대표와의 대화를 곱씹었다. 정말 이 뻔뻔한 마인드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한 번 더 느꼈다.
전에 퇴사한 과장님을 만난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대표가 사기꾼이니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퇴사해라.’
이 말을 자꾸만 떠올랐다. 그때 과장님의 말을 들었다면 하는 후회도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회였다. 그리고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내 머리의 내리 박혔다.
“하아…”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내가 대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니 무언가를 해야 하는가…
저녁 9시. 상무님께서 전화가 왔다.
[윤주임. 그 새끼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선물세트 사다 보면 돈이 없을 거 같아서 100만 원만 주겠데. 미친 거 아니냐?]
역시나. 본인의 지인들 선물세트가 먼저였다.
직원들을 한낱 먼지처럼 생각한 새끼였다.
“하아…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욕 한 바가지 했지. 그다음에는 이번달까지 한 달 치 월급 무조건 입금하라고 했지.]
솔직히 상무님이 이 일을 해결을 해줄 거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상무님이 대표한테 욕 한 바가지 한 것만으로도 속이 풀렸다.
“그 정도면 됐어요. 아마 지금 상무님이랑 제가 전화통화 하면서 이야기한다는 것도 다 알았을 거고. 아마 이간질하려고 저한테 연락 오겠죠."
[직원들 사이 이간질하는 대표가 어디 있냐?]
“그 사람은 대표가 아니니깐 가능한 거죠. 그 사람은 그냥 사기꾼일 뿐이에요.”
[휴우…. 대표가 연락 와서 지랄하면 연락해. 내가 바로 연락해서 지랄할게.]
상무님의 말이 빈말일지 몰라도 너무 고마운 말이었다. 상무님은 빈말로 하지 않는 말일지 몰라도 도와주겠다는 말이 정말 고마웠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가 하는 짓이 너무 징그럽고 한심스러웠다.
직원들 사이에 이간질을 시켜서 본인이 원하는 데로 직원들을 이용하려는 모습이 뻔뻔했다.
‘체납 월급’을 인질로 삼아서 본인이 하는 말을 다 들어주고 공짜로 사람을 쓸려는 모습이 뻔뻔했다.
‘월급을 주겠다.’라고 하면서 살살 달래고 그리고는 ‘한 달 치 정리해줄 건데 이 건이 해결되어야 하니깐 좀 도와달라.’ 이런 식으로 공짜 노동을 쓸려는 것이다.
하지만 상무님은 노동법을 잘 알고 본인도 상무님께 법으로는 의지를 많이 했기에 상무님의 밀린 월급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줄려는 게 보였다.
반대로 나는 노동법에 대해 잘 모르는 직원이기에 본인이 마음대로 공짜 노동을 시키려고 했지만 상무님과 교류를 계속하게 되면 마음대로 하지 못하기에 나와 상무님의 전화통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하는 거 자체도 어이없지만 직원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대표가 세상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퇴사한 직원들이 하는 말이 그전에도 임금체불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때는 미성년자들에게 줘야 하는 아르바이트 비용도 안 줬다고 한다. 아마 이들이 미성년자이고 노동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방법 그대로 나에게 쓸려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도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체납된 월급을 받을 생각이고 최대한 내가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