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기꾼은 ‘뻔뻔’하다
역시 사기꾼은 ‘뻔뻔’하다
상무님과 전화가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대표가 전화 왔다.
[상무님한테 명절명단 말했어?]
“왜요? 말하면 안 돼요?”
[야이 미친년아.]
“욕은 하지 마시죠?”
[내가 너만은 챙겨준다고 했지? 근데 이렇게 뒤통수를 쳐?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너는 내 조카 친구니깐 정리해 준다고 했는데 상무님이랑 전화통화를 하면서 다 이야기해?]
“상무님이랑 전화통화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상무님이랑 전화통화해서 대표님 고소할 거 같아서 무서우신가 봐요?”
[됐어! 내가 너 월급 정리 안 해줘.]
“그럼 저도 방법이 없네요. 아무리 자 사업자 아들님과 사모님 명의니깐 두 분 다 고용노동청에 신고하고 민사 소송 준비할게요. 상무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제 밀린 월급이 많지 않아서 국가에서도 무료 변호사 해준다는 게 한번 해보죠.”
눈이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밀린 월급을 갖고 뻔뻔하게 정리 안 해준다면서 인질극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 알아서 해! 이번에 추석에 줄려고 했던 1개월 월급도 못 받을 줄 알아.]
그럴 줄 알았다.
“제가 병신입니까? 그거 원래 다 줄 생각이 아니었잖아요. 100만 원만 주고 땡 할 거였잖아요. 선물세트를 사다 보면 카드값이 없으니깐.”
[야이 개 xxx! 너 카드내역 봤어? 그거 보는 거 불법인 거 몰라?]
“제가 그걸 왜 봅니까? 뻔히 2년 다니면서 선물세트 300만 원을 기본으로 쓰는 거 다 아는데. 왜요? 이번에도 한 300만 원 쓸 생각이셨나 봐요?”
[너 어디야! 내가 너 찾고 만다!]
“네. 열심히 찾으시고 형사 앞에서도 똑같이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열이 받았고 도저히 이 사람에게는 월급을 못 받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열이 받은 상태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네, 상무님.”
상무님의 전화였다.
[대표랑 한바탕 했어?]
“전화 와서 뭐라고 해요?”
[나한테 전화 와서 윤주임이랑 전화통화 하지 말고. 자기랑만 전화통화하라고. 그리고 윤주임이 미친 거 같다고 하네.]
“상무님이랑 전화통화한 것 같고 뭐라고 하시니깐 저도 좀 열받게 했죠. 상무님이랑 전화통화 했다고 미친년이라고 하는데 제가 상무님이랑 전화통화하면 본인 고소할 거 같으니깐 전화통화 하지 말라는 거냐고 물어봤죠.”
[그러더니 뭐라고 하던?]
“그러더니 월급 정리 안 해주신다고 하니깐 저도 그냥 고소한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1개월치 월급 줄려고 했는데 못준다고 하면서 욕을 하시니 저도 100만 원만 주고 땡 치려고 하는 거 알고 있다고 말했죠.”
[너무 열받게 한 거 아니야?]
“뭐 저도 눈이 돌아가니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아… 대표가 나한테도 추석 전에 1개월치 못준다고 하네.]
“하아… 죄송해요.”
[뭘 죄송해? 그냥 그 대표가 이상한 거야.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윤주임이 원 하는 데로 해.]
“하아…죄송해요.”
[됐어. 또 연락해.]
“네.”
이제는 뻔뻔하게 상무님 월급까지 건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사기꾼의 정석인 거 같다. 지금 나는 대표의 밑바닥까지 본 기분이었다. 만약 이 전화통화가 대표의 밑바닥을 본 거면 사람의 밑바닥을 보는 건 최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알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의 밑바닥은 정말 알고 싶지도 않고, 알게 되더라도 모른 척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마탕 대표와 전화통화 후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걱정이 앞섰다. 정말 추석 전에 주기로 한 한 달 치 월급은 안주는 건가. 만약에 그 돈이 없으면 이번 달 카드값은 어떻게 하지?
최악, 그 자체였다.
정말 이 현실적인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사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안녕하세요.”
[응. 잘 지냈어?]
사모님은 정말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 나와 지금 대표가 어제 무슨 난리를 했는지.
“뭐… 그냥 그럭저럭 보내고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별거는 아니고. 어제 남편한테 들었어. 한바탕 했다면서.]
“아…네… 화가 너무 나서.”
사모님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였다. 내 친구의 고모였고 내가 카페 아르바이트할 때 단골로 자주 오셨다. 그래서 서로 부딪힐 게 없었어 안 좋은 감정은 없었다.
[남편 말투가 참 기분 나쁘지? 나도 알아.]
사모님은 내 기분을 눈치를 보는 거 같았다. 사모님이 그렇게 한다고 한들 어제의 그 더러운 기분은 풀리지가 않았다.
“아… 원래 그러시는 거 알고 있었어. 괜찮습니다.”
[미안해. 내가 미안해. 기분 풀어.]
사모님의 사과가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중요했기에 솔직히 그 말이 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사모님도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 같았다.
[다름이 아니고 이번주에 한 달 치 월급 들어가기로 했잖아.]
역시나 월급 이야기였다.
[그거 내가 한 달 치 월급 입금해 줄게.]
“네?”
[월급을 밀린 게 잘못한 거지. 상황이 괜찮으면 다 정리해 줄 텐데. 이번에는 한 달 치만 먼저 넣어줄게.]
사모님의 말에 나는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금을 대표님만 가지고 있기에…
“감사합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 이번주에 입금할 때 다시 연락할게.]
“네.”
사모님과의 전화통화 이후 마음 한편에는 제발 들어왔으면 했다. 그리고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을 왜 눈치를 보면서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돈을 요구하는 나만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만드는 대표의 행동도 황당했다.
며칠 후
다행히 돈은 들어왔다. 체불 임금이지만 그나마 들어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상무님은 100만 원만 들어오고 나만 전체 다 들어왔다. 내가 고소를 한다고 하니 겁이 난 건지 아님 사모님의 말이 통한 건지는 알지 못한다.
돈이 들어오고 대표에게서 문자가 왔다.
문자의 내용은 별거가 아니었다. 핵심은 ‘돈을 줄려고 했다. 하지만 나를 열받게 해서 말이 막 나가게 했다. 상무님이랑 전화통화 하지 말고 본인 이야기만 들어라. 그럼 돈을 정산해 주겠다.’ 이 말이었다. 이 말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직도 내가 본인 직원인 줄 아나.’
정말 딱 이 생각뿐이었다. 정말 지긋지긋한 갑질과 본인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너무 짜증 났다.
이번에 대표와 싸운고 난 뒤 나는 갑자기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하고 피해자는 기억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정말 가해자는 자기가 잘못한 것을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소중한 월급이 이 사람에게는 별것도 아닌 것인지 아님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였는지.
본인의 생활은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내 삶은 다 망가져 가는 것을 알고는 있는 건지.
정말 묻고 싶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는 내 말이 귀에는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 생각에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주변에서 사기꾼이라고 했을 때 ‘대표님이? 설마.’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리고 왜 사기꾼이라고 하는지 이젠 이해가 된다.
정말 남에게 거짓말하고 이간질하면서 본인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거는 다 취하려고 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 사기꾼이 아니면 뭐겠는가?
내가 집을 잃고 전재산을 잃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달콤한 말과 내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서 본인은 내 노동을 착취했다면 나는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사기꾼에게 내 돈을 받아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 사기꾼보다 더 뻔뻔하게 나와서 그 사기꾼에게 내 마음의 동조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사기꾼보다 법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법을 우습게 보는 사기꾼들에게 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그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번에 내 피부와 내 머리로 배운 인생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