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7

‘나’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by 알럽윤

7. ‘나’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추석을 지내고 온몸에서 신호가 왔다. 살려달라는 신호였다.

정말 대표님과의 한바탕을 한 뒤로 온몸이 아팠다. 심지어 체중도 많이 늘어나서 도저히 거울을 볼만한 자신도 없었다. 자존감은 이미 바닥을 친 상태였다.

‘나’ 자신이 ‘나’를 가장 극도로 혐오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런 나를 과연 누가 나를 채용해 줄까?

이런 나를 과연 누가 곁에 두고 싶을까?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할 때쯤에 나는 이미 모든 게 다 예민했다. 그저 나를 건들지만 않았으면 하는 상태였다.


온몸이 아프니 모든 활동이 다 귀찮기만 했다. 예전에는 월급을 조금씩 모아서 연말에는 전시회를 보러 서울에도 많이 놀러 갔지만 지금은 집 밖을 나가는 거 조차 스트레스였다.


이런 나의 무너진 모습을 엄마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운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 또한 나의 대한 간섭이라고 생각했다.


‘이 나이 되도록 엄마한테 이런 간섭을 받아야 하는 게 짜증이 난다.’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가족들도 나는 건들지 않게 되었다.

이미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 나에게 그 어떤 누구의 충고와 조언은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 일뿐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건들지 말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추석을 지내고 한참을 끙끙 아프다가 결국에는 엄마가 폭발했다.


“이렇게 아프면서 왜 고집을 피워? 그냥 운동 다녀. 너 운동 다닌다고 하면 엄마가 내줄게. 그리고 너 운동 안 다닐 거면 집에 내려오지 마. 엄마는 너 다시 취직할 때까지 얼굴도 안 보고 살 거니깐. 근데 네가 운동을 다니잖아? 엄마는 너 볼 거야.”


엄마의 단호함에 나는 겁이 났다. 이제까지 엄마의 그런 단호함을 잘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내 모습은 엄마가 봐도 최악이라는 걸 알았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PT샵에 왔다.

초등학생 때 엄마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왔었도 지금 나이 30살에 엄마 손에 의해서 PT샵이라니…


엄마는 나를 데려다주고는 ‘알아서 해!’라고 하면서 집에 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기초체력 테스트를 받았다.


“아주 심각한데요?”


테스트를 진행해 주신 트레이너 선생님의 첫마디였다.

기초체력이 정말 하나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저 버피테스트 5개와 누워서 살짝의 복근 운동만 했는데 숨이 차고 땀이 미친 듯이 흘렀다.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은 정말 최악이었다.


‘이렇게 체력이 없었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거울에서 하염없이 지쳐 보이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다.

은근 나는 운동 부심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과 장거리 달리기로 체력을 지켜왔다고 생각했다.


특히 수영은 학교를 대표해서 나간 적도 있었다. 다만 그게 초등학생 때여서 문제이지만…

그래도 전교생 중에서도 수영을 제일 잘하기 때문에 나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꽤 나름 잘했다.


하지만 나의 특기는 장거리 달리기였다. 초등학생 때는 장거리 달리기는 1등을 놓친 적은 없었고 중학생 때는 3등 아래로 내려간 적 없었다. 그만큼 장거리 달리기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청소년시기 때 운동부심이 지금의 30대가 된 나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당연히 나는 운동을 잘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지금 나는 숨을 거칠게 내뱉고 있는 나이는 30대지만 몸은 60대보다 못한 몸이었다.


“얼마큼 심각해요?”


“음… 한마디로 숨쉬기 빼고는 운동을 하지 않으세요. 지금 보시면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도 망가지셨어요.”


나를 유심히 보던 트레이너 선생님의 말에 나는 이제야 심각한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인바디로 보시면 C자형이 입니다. 한마디로 체중이 많이 나가시는 분들의 특징이지만 근육이 체지방을 버티려고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한마디로 근육은 정말 생존을 위해 최소량만 있는 겁니다.”


이 한마디에 나는 내 몸이 다 지방이라는 것도 충격이었고 몸무게도 당연히 충격이었다.


“그리고 거북목이 굉장히 심하시고 어깨가 심하게 말려있으세요. 컴퓨터로 업무를 보시는 분들의 특징이지만 회원님은 제가 맡고 있는 어떤 회원님들보다 좀 심하신 거 같으세요.”


그 한마디에 나는 멍해졌다.


“일단 여기서 10KG만 빠져도 달라지실 거예요.”


‘달라진다.’

내 심장이 쿵쿵거렸다


정말 달라질까? 단 한 번도 변하지 않는 내 모습이 변할까?

다른 사람들처럼 이쁜 옷 입고 자존감 높게 다닐 수 있을까?


“금방 바뀔 수 있으세요.”


이 한마디에 나는 바로 그날 등록했다.

엄마의 돈으로 등록하고 싶지 않았지만 월급을 받지 못한 나였기에 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등록을 해주셨다.


“나중에 갚을게.”


내 한마디에 엄마는 나를 보면서 웃어 보였다.


“어. 나중에 갚아. 근데 엄마는 우리 딸이 한 발짝 나간 거 같아서 기분 좋다.”


엄마의 모습에 그날 펑펑 울고 말았다.

다시 사춘기 때로 돌아간 거 같았다. 그 시기에는 꿈만 꾸어도 행복했던 때였다.

지금 그 기분이 들었다. 목표가 생기고 활기가 돌았다.

운동하기 시작 전이지만 그저 그냥 목표가 생겼다는 게 행복했다.


현실적이지만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은 목표.


그날 나는 정말 행복했다.

‘나’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이 기분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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