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쉬고 싶어

엄마의 보호자가 되다

by 갸름이 조문희

"엄마, 오늘도 교회 안 갈 거야?"

"응, 안가."

"엄마가 교회를 안 가니 내가 마음이 이상하네."

"......"

"그냥 가기가 싫은 거야? 솔직히 말해 봐. 내가 걱정이 돼서 그래."

"나 쉬고 싶어. 나 쉬고 싶어."​

아, 어쩌면 좋아... 엄마의 말이 화살이 되어 심장에 다다다다 꽂혔다. 가슴에 피멍이 사르르 번졌다.


치아 사이로 발음이 새 어눌하게 들렸지만 엄마의 나 쉬고 싶어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진심, 아니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아, 우리 엄마가 쉬고 싶었구나. 그래서 그토록 잠만 주무셨구나.​

퇴원을 하고 며칠이 지났건만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그저 소파에 누워 주무시거나 침대에 누워 주무시거나 둘 중 하나만 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백발, 예쁘장한 얼굴, 조그만 체구... 별명이 미국 할머니인 엄마 입에서 나온 나 쉬고 싶어는 이렇게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얼마나 마음이 짠하던지...


​신앙생활을 목숨처럼 여기셨던 분. 매주 토요일이면 아침부터 주일 예배를 준비하고 매일 새벽 5시면 기도를 드렸었는데...

그러나 퇴원을 하고는 새벽 기도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는데 거기에 교회까지 가지 않겠다니...

그 사연이 궁금하여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아, 이 일을 어쩜 좋아...


미안함에 무언가를 해드리고 싶었다. 화살 꽂힌 심장이 재빨리 움직였다.

"엄마, 혼자서도 밖에 나갔다 올 수 있도록 목걸이 열쇠를 만들어 줄게." 상대방의 의향을 묻는 줄까? 가 아니었다.

순간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견고하고 안전하게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했다. 조급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석함이든 서랍을 열었다. 이전에 사둔 브라운색 가죽 목걸이 끈이 보였다. 긴 가죽 끈에 스마트 키를 달아보았다. 썩 잘 어울렸다.

"엄마, 이거 어때?"

목걸이 열쇠를 본 엄마의 얼굴이 해처럼 빛났다.


그러나 목걸이 열쇠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아파트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유리 현관문의 비번과 개인 집 비번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유리 현관문의 비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작업이 시작되었다.

핸드폰 뒤에 색 테이프를 붙이고 유리 현관문 비번을 적었다. 그 밑에는 다른 색 테이프를 붙이고 보호자인 내 전화번호를 적었다. 스카치테이프를 가로로 한번 붙이고 단단하라고 세로로 한번 더 붙였다. 급하게 만들었지만 썩 괜찮았다.

"맘에 들어?"

"응, 일... 칠... 삼... 이"

손가락으로 천천히 비밀번호를 읽어보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엄마.



​곧바로 혼자서도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목걸이에 달려있는 스마트 키를 도어록에 대고 문을 여는 연습을 하고 유리 현관문 앞에서는 핸드폰에 쓰인 대로 비번을 누르는 연습을 하였다. 얼마나 집중을 해서 연습을 하는지 옆에서도 그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진작 이렇게 해 드려야 했는데...


"이제 엄마 혼자 해 볼까?"

목에 목걸이 열쇠를 걸어 드리고 크로스 가방 안에는 핸드폰을 넣어 드리고...

"아파트를 두 번만 돌고 들어와 봐. 계단으로 다니지 말고 옆길로 다녀야 해."

상기된 얼굴로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간 엄마. 설레었으리라.


"나 쉬고 싶어, 나 쉬고 싶어."

엄마는 이런 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말은 나처럼 그래도 엄마보다는 젊고 일이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데...

힘드셨던 거다. 그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서 밥을 해 드시느라 지치셨던 거다. 나 쉬고 싶다는 엄마의 말속에서 고단했던 하루하루가 뼛속 깊이 느껴졌다.


가끔씩 따끔거리는 가슴.

나 쉬고 싶어, 말할 때의 엄마 모습이 심장에 콕! 박혀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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