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홍콩 견문록 10-1화
홍콩섬 남쪽에는 넓은 해안가가 펼쳐져 있다. 하얀 모래사장에 반사되어 빛나는 햇빛이 주변의 야자수에게 쏟아지는 풍경. 그 백사장 위에서 뛰어노는 시원한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 리펄스 베이(Repulse Bay)는 그렇게 바다와 자유를 주는 기회의 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은 나는 생각했다. '더워----!!'
분명 선크림을 바르고 왔음에도 살같을 뚫고 들어오는 태양의 사랑은 미천한 나로서는 받기가 과분할 정도였다. 9월 중순임에도 한국의 여름 최고기온 급의 일사량은 여기가 한국보다 남쪽에 있는 지역임을 잊어먹지 말라고 하는 듯했다. 어차피 수영복도 없어서 해변에 들어가기도 힘들어서 햇빛을 피할 공간을 찾다가 멀리 보이는 정자가 있기에 거기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자 뒤로 꽤 큰 사당이 있지 않은가.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은 홍콩의 토속신 중 자비의 신 쿤얌과 바다의 신 틴하우, 이 두 신을 같이 모시는 도교 사당이었다. 보통 하나의 사당에는 하나의 신만 모시는데, 두 개의 신을 모시기 때문일까? 정말 온갖 조각상이 유물 발굴지에 있는 것처럼 도처에 널려있었고 각각 모두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항상 한국에 있을 때에는 불교의 절과 기독교의 교회, 천주교의 성당 이 셋만 알았는데 도교도 이렇게 융성한 사당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홍콩이라는 해외에 있었지만, 더 많이 해외로 떠나서 내가 모르는 이런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