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홍콩 견문록 10-2화
쿤얌 사당까지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니 아직 해가 지기에는 조금 시간이 남아있었다.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센트럴 주변의 관광지를 생각해 보다가 가장 중요한 관광지를 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홍콩의 관광지' 하면 언제나 TOP 5에 들어가는 그곳. 바로 피크였다.
피크, 혹은 빅토리아 피크는 Peak(정상)라는 영단어가 들어갈 만큼 높은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홍콩섬의 모든 풍경을 피크 위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홍콩 도시 건물의 온갖 불빛이 발아래에 위치하는 야경이 가장 아름다워서 명절 저녁에는 수백 명이 넘는 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그런 대단한 곳에 여태까지 가지 않다니,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피크로 가는 트램을 타기 위해 센트럴 주변의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정류장 주변에 도착하고 나서도 해가 지기까지 두세 시간이 남았다. 이대로 가면 해가 지기까지 시간을 가만히 서서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바로 옆에 홍콩 공원이 있길래 그곳으로 향해서 시간이나 벌어볼까 싶었는데... 보고 나서 정말 '여기가 정말 공원이 맞나?' 싶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연못 위에 연꽃잎이 푸르게 뒤덮여있었고 물속에서는 붉은 귀거북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햇빛을 쐬고 있었다.
그대로 걸어가니 커다란 정자 아래에서 사람들이 열을 식히고 있었고, 더 나아가니 2층짜리 식물원이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냥 '홍콩 공원'이라길래 가볍게 산책할 생각으로 갔는데, 설마 이런 건물까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지라 적잖이 당황했다. 안에는 한국 수목원보다도 더 열대야적인 느낌의 온실식물들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예전에 과학 만화책에서만 보던 벌레잡이통풀이나 파리지옥 같은 식물들도 육안으로 처음 볼 수 있어서 추억에 젖기도 했다.
식물원을 관람하고 2층 출구로 나오니 이어지는 길 너머에 커다란 돔이 보였다. 더 정확히는 방충망처럼 공기가 통하는 망 형태의 구조가 돔처럼 안을 뒤덮은 구조였는데, 멀리 서는 잘 안 보였지만 가까이 갈수록 들려오는 찌르륵-- 하는 소리, 꾹 꾹- 하는 소리가 이곳이 새장임을 짐작하도록 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새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거대한 새장은 단순히 새를 기르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그 안을 자유롭게 돌아보며 눈앞에서 새를 구경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새들이 내 눈앞을 가로질러서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내가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새장 속의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에 처음 보는 다채로운 색깔의 새들이 주는 화려한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해두고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