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홍콩 견문록 9화
잠은 졸리고, 편안하다. 반면 삶은 힘들다. 그러면 잠을 더 자는 행위는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일까? 금요일이라 강의가 딱 하나밖에 없어서 가기 싫다는 마음에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 주 수업을 대비해 모인 그룹이 있기에 나도 껴달라고 했더니 의외로 쉽게 승낙해 주었다. 너무 쉽게 승낙해서 오히려 내가 놀랄 정도였고, 밥도 같이 먹으러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더욱 감동받았다. 그중에서 점심 이후 수업이 없는 Frank와 잠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한국에서 온 걸 알자 Frank가 반색하며 기뻐했다.
"I'm a big fan of Anji-young."
'안지영? 그게 누구지?'
혹시 <총 맞은 것처럼>의 백지영을 말하는 건가? 내가 잘 이해를 못 하자 Frank는 2인조 그룹의 멤버라고 설명했다. 그것도 여성 2인조.
'그럼 다비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Frank는 그 이름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유튜브 음악에서 노래를 찾아주었는데, 노래 이름이 <나의 사춘기에게>였다. 그리고 가수 이름을 보니 볼 빨간 사춘기. 아-하! 볼 빨간 사춘기의 보컬의 이름이 - 물론 현재는 1인으로 활동 중인 안지영이었다는 것을 홍콩에서, 그것도 현지인 친구에게서 배울 줄은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Frank 이 친구는 안지영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한 번 갔다 온 적이 있을 정도로, '찐팬'이었다. 뿐만 아니라 홍콩에 있는 친구들 중 상당수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블랙핑크의 이름을 댈 정도로 Kpop이 많이 알려져 있었다. 오죽하면 버스 정류장 뒤에나 벽면에 한국 아이돌 그룹의 포스터가 걸려있을 정도다. 덕분에 내가 처음 다가갈 때 우호적으로 대해준 홍콩 사람들도 있어서 이런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준 그분들께 감사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