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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Mar 29. 2024

홍콩섬 여행

2022, 홍콩 견문록 7화

9/10(토)


 학교 생활을 마치고 제대로 된 첫 주말이 왔다. 오후에 호 형이 홍콩섬을 구경시켜 준다고 해서 오전에 코로나 검사소를 갔다 오는데 도중에 머리에 물이 떨어졌다. 비가 오는 건가? 그런데 비가 10m만 걸어도 그쳤다가 다시 내렸다가 하는 게 뭔가 이상했다. 바닥에도 특정 구간에만 웅덩이만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내 위를 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물이 창밖에 걸어놓은 빨래들에서 떨어지는 물이었던 것. 덥고 습한 홍콩의 날씨에서 옷을 말리는 데에 실내만으론 부족했던 것.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신기한 광경이었다.


홍콩 섬, 센트럴(Central)

 오후 2시쯤 도착한 홍콩 섬의 센트럴은 사람들이 굉장히 붐볐다. 주말의 서울역 같은 느낌? 그 인파를 뚫고 걸어간 곳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영화 "중경삼림"에 나온 걸로 유명한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다. 홍콩 섬은 그 위에 거대한 산이 있는 만큼 센트럴 비즈니스 구역과 미드레벨 주거 지역 사이에 높이 차이 + 거리 차이가 있는데, 이 교통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다.

왼쪽 : 센트럴 역 주변의 시청. 오른쪽 :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홍콩 섬의 소호 거리(왼쪽)는 내려오면 센트럴(오른쪽)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는 이 에스컬레이터 옆쪽으로 있는 소호(Soho) 거리에서 식사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관광 방법이지만, 내 백신 패스가 아직 발급되지 않아서 식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 중간에 타이쿤(Tai Kwun)이라는 전(前) 국제 교도소(지금은 관광지로 바뀌었다)에도 백신 패스가 필요했다. 그래서 차라리 '이 에스컬레이터의 끝을 봐보자!'라고 생각했다.


 쭉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처음에는 끝에 뭐가 있을지 두근거리며 올라갔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나오는 주거 지역은 정말 순수하게 '사람 사는 곳'이어서 식당이나 카페 하나 보이지 않았고, 버스 정류장도 보이지 않았다. 센트럴 위로 계속 올라갈수록 노인분들도 많이 보였는데, 만약 그분들이 계단으로 이 높이를 걸어 올라간다면 어떨지 생각하니 왜 이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느덧 시작점부터 타이쿤까지의 3배 정도를 더 올라가고 나니 아래가 까마득할 정도라 '더 갔다간 내려올 때 힘들겠다' 싶어서 그대로 옆길로 빠졌다.

산길을 따라 있는 아파트들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은 꽤나 아찔했다.



홍콩 동식물원


 차도를 따라 걷다 보니 우연히 홍콩 동식물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처음엔 작은 공원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안에 플라밍고, 거북이, 라쿤,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을 정도로 커서 놀랐고, 입장을 관리하지 않는다 - 즉, 무료라는 점에서도 놀랐다. 걸어가는 순간순간이 모두 신기했고, 특히 산 위에 건물들이 있는 홍콩섬 특징상 이 동식물원도 경사져있어서 계속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새로운 동물들이 나오는 구성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홍콩 동식물원 내부 모습(출처 : 트립닷컴)


 듣자 하니 이 홍콩 동식물원은 홍콩 내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라고 한다. 1871년에 완공된 이후로 쭉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낡아 보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런 풍경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얼마나 관리를 열심히 했을까?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공원을 채우는 모습을 보니, 이 공원에서 과거와 현재가 같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경건해졌다.


 저녁엔 센트럴의 대관람차 옆에서 플리마켓을 진행 중이어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백신패스를 확인하는 지라 여기는 들어가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데에 배를 탔는데, 한국에서 타는 배값과 달리 그 값이 굉장히 싸서 놀랐다. 개인적으로 배를 탔을 때의 출렁이는 흐름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 지라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타야겠다 다짐했다.

배를 타다가 침사추이 쪽에서 다른 날 찍은 홍콩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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