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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Mar 13. 2024

호 형과의 만남

 2022, 홍콩 견문록 5화

9/7. 호 형과의 만남


 방 안에 처음 들어갔을 때 있었던 것은 동양인이었다. 그렇지만 동양인 중에서도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얼굴을 보니 '혹시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영어로 먼저 인사를 걸었다. 나의 서툰 영어를 듣자 룸메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랐고, 이윽고 학교 내에서 교환학생끼리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이 배치했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기쁘고 정말 안심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 길을 헤매고 있던 내게 한국인 룸메이트의 존재는 가뭄 속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룸메이트인 호 형은 이미 1학기 동안 홍콩에서 직장을 다녔고, 약간의 광둥어에 영어 뿐만 아니라 중국 보통화도 가능한 언어의 귀재였다. 그렇게 처음 만난 호 형은 내가 기숙사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몰라서 헤매니 고맙게도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침사추이(Tsim Sha Tsui)에 있는 이케야에 가서 베개피와 까는 이불을 샀다. 매트리스는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추가로 살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이케야도 처음이었고, 해외에서 한 학기 동안 쓰다 버릴만한 가구를 산다는 점도 신선했다. 한 학기 동안 잠깐 머무는 것에 만족하자는 생각에 질에 집착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적당히 샀다.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잠자리를 청하니 일전에 읽은 책이 하나 떠올랐다. 한 때 기회가 되어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을 기회를 얻었는데, 그 때에 이해했다고 여긴 무소유 정신을 여기에서야 깨달은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집착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홍콩에서의 내 첫 구매였고, 첫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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