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연치유 Mar 12. 2024

홍콩은 교통이 좋다

2022, 홍콩 견문록 4화

홍콩의 표지판, 나를 살리다


 현대인이 길을 잃는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극도의 길치가 아니라면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항상 물리학과 천문학의 결정체가 길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 우리는 이걸 GPS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이를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로밍이나 포켓 와이파이 같은 인터넷 수단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 사실 홍콩에 오래 있는다면 홍콩에서 유심을 사는 것이 가장 싸다. 왜냐하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요금제가 다른 수단에 비해 굉장히 싸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구매 및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켄샵(PARKnShop)에서 산 쏘심(SoSIM) 기준으로 거의 데이터 무제한 수준의 양인 50기가바이트 정도가 한 달에 33 홍콩달러(한화로 5600원) 정도로, 정말 싸다! 하지만 공항에서 이를 바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왔지만, 막상 도착하니 바로 격리호텔로 직행하는 방식 때문에 아무 인터넷 없이 도로 한복판에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홍콩의 지하철은 한국의 복잡한 서울 지하철 시스템을 겪은 내게 있어서는 식은 죽 먹기였다는 점이었다. 조금 불안했지만, 호텔에서 대략적으로 검색해서 찾은 방향대로 가니 지하철로 가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표지판이 조밀하게 위치해 있어서 쭉 따라가다 보니 금세 전철역에 도착했고,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의 탁월한 방향 감각과 기억력에 감탄하며 전철을 타 기숙사 근처의 Hung Hom 역에 도착했다.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도착한 역은 처음 내가 찾은 역과는 조금 떨어진 다른 역이었다고 한다. 결국 홍콩의 표지판이 나를 살렸지, 내 방향 감각은 나를 배신했다는 점은 나중에 씁쓸하게 다가왔다.


 역에서도 학교로 가는 길이 표지판에 잘 나와있었고, 주변에 나와 같이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보여서 기숙사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코로나 검사부터 간단한 서류 확인 후 곧바로 기숙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임시 허가증을 받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정말 놀랍고 기쁜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전 03화 격리 호텔에 처음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