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홍콩 견문록 6화
아침 8시 반 수업이라 부랴부랴 준비해서 빠르게 튀어나갔다. 첫 수업 교실 앞에 도착하니 왠지 손이 문 손잡이 위로 잘 가지 않았다. 왜인지 생각해보니, 오랫만에 '아무도 모르는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었다. 전학을 가든 대학교에 입학하든, 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갔을 때 같이 놀거나 말할 사람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취직하기 전에는 다시 느끼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 상황이 오니 지난 몇 년간 잊고 있었던 감정 - 두려움이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특히 나는 원체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깊게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홍콩이공대에 첫 발걸음을 내딛을 때 가장 큰 고민은 '뭐라고 말을 걸지'였다. 특히 문화가 다른 타국이고, 여기 친구들은 과연 어떤 성격일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상황. 거기에 코로나로 2주 차부터 수업에 참여하여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가만히 뒷자리에 혼자 앉아서 분위기를 보고 있었는데,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 한 명이 늦게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기왕 교환학생을 온 만큼 쭈굴대는 이전과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권했다. 말을 걸기 직전에는 정말 머릿속으로 영어를 어떻게든 끼워 맞추며 몇 분을 낑낑댔다. 하지만 막상 말을 걸고 나니 돌아오는 대답은 긍정적이었고, 그렇게 나는 Sam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한국과 다른 홍콩의 교육 문화가 더 친해지기 쉽게 만들기도 했다. 중, 고등학교가 각각 3년인 한국과 달리, 홍콩은 대학 진학 여부에 따라 중학교를 5년(한국으로 따지면 고2)만 다니고 졸업하거나 아니면 7년(대학 1학년)을 다니고 졸업할 수 있다. 물론 5학년으로 졸업한 경우도 시험을 봐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7학년을 다닌 졸업생의 진도 과정을 따라잡기 위해 캠퍼스 외부에 위치한 대학의 예과에서 1~2년을 배운다. 그렇기에 수능 후 봄에 입학생이 몰리는 한국보다 봄/가을학기 언제든 입학생(본과)이 많이 들어올 수 있어서 나처럼 처음인 사람들과도 유연하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런 문화는 단순히 해외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