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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나를 아는 시간

by 발견하는 상담사


심리상담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을 알고 싶다는 이유로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도 많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말은 자신을 알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을 알아야 할 것만 같은 깨달음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실을 방문한 A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탄합니다. A는 막연한 불안을 느끼지만,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해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어지면서 더욱 불안해집니다.


솔직히 A는 지금 힘든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게 힘들 것 같다고 말해주지만, 자신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힘든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수롭지 않게 치워버립니다.


A는 '나를 알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안다고 내가 이 나이에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태껏 이렇게 살아왔는데.., 변할 수도 없는 걸 굳이 알려고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생각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에 A는 더욱 불안해집니다.





상담실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은 변화의 의지는 있지만, 변화 앞에서 불안해지 겁니다. 불안 앞에서 우리는 참 고통스럽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그걸 핑계로 피할 구실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의식적인 과정은 아닙니다.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기제입니다. 이런 분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 나를 아는 것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변하고자 하는 부분이 과연 변화가 가능한 것인지 점검하기 위함입니다.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면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지요. 놓아버려야 합니다. 변화가 가능하다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변화를 할지, 그냥 둘 지를 말입니다. 이 과정을 상담에서 상담사와 함께 하게 됩니다."


변화를 놓아야 하든, 변화를 시도하든,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걸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실체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의사가 어떠한 질병을 치료할 때 치료 방식으로 수술해야 하는지, 약물치료나 다른 치료를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질병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고 그 질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상담에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 이와 같습니다.


이 과정이 때로는 오랜 시간과 고통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상담이며, 고통의 시간을 함께 하는 이가 상담사입니다.




사진출처: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young-man-playing-on-guitar-at-the-lake_6525972.htm#page=2&query=%EC%9E%90%EA%B8%B0%EC%9D%B4%ED%95%B4&position=10&from_view=search&track=ais">작가 ArthurHidden</a>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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