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삶과 죽음의 이야기>
나무는 생색내지 않는다. 처음 뿌리를 내리고 모든 것들을 관망할 수 있게 된 뒤에도 묵묵히 존재한다. 균근류에게는 몸통을 내어주고 새들에게는 가지를 벌레들에게는 잎을 나눠준다. 이미 생을 다 끝낸 뒤에도 야생 동물의 거처가 된다. 고사목이 된 이후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결국 쓰러져 버렸을 땐 또 다른 씨앗의 성장을 돕는다. 많은 유기체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러니 나무는 자연의 일부임과 동시에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아낌없는 포용이야말로 웅장한 자연에 걸맞은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더글러스퍼라는 나무의 일생을 자세히 조명한다. 바다에서 벗어나 어렵사리 뿌리 내린 시점부터 성장과 번식의 과정을 이어 죽음 이후의 이야기까지. 더글러스퍼는 모든 순간 이타적이다. 우리 인간보다 훨씬 먼저 이 땅에 태어난 나무를 통해 들려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끝이 없는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를 건설하고 지식을 이용해 인간 중심의 사회를 형성하여 살아간다. 이미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얼마 없는 숲을 계속해서 벌목한다. 인간이 죽음 이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돈을 비롯한 물질 뿐인 것일까. 아무도 연대하지 않고 어떤 것도 이어나갈 수 없다면 이후의 세대에 대한 기대 역시 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적자생존이 유효한 말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서로 도움을 받고 또 주는 과정 없이 생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혼자의 힘으로 잘살고 있다고. 끊임없이 일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고. 안타깝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 중 누구도 혼자서 생존하고 있지 않다. 지구는 더글러스퍼와 그 동료와 후대가 켜켜이 다져놓은 세상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다면 자연이 안겨준 모든 이점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숲을 걸으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달리 보일 것이다.’ 나무 한 그루뿐만이 아니었다. 늘 보던 산책길 풍경이 달리 보였다. 기둥과 가지를 비롯하여 나무가 뿌리내렸을 토양, 그 주변에 사는 참새와 벌레들. 인식의 틀 바깥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선명해졌다. 새로운 시야의 확장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나 많은 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구나. 동시에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나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나만 잘사는 것 말고 우리가 같이 잘 살아가려면 어떤 행동과 마음이 모여야 할까. 뭔가를 나누고 이뤄내고 싶었다. 이처럼 나무가 가진 나눔의 속성은 전염될 수 있는 거였다.
물론 나무가 다른 유기체에게 하염없이 내어주기만 하진 않았다. 모두 서로에게 득이 되는 물질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존하는 법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가 하나를 주면 상대방도 하나를 주는 일련의 공생 체계가 잘 설명되어 있다. 온화한 햇빛 밑에서 바쁘게 상호작용을 하는 나무와 그 외의 야생 동식물에게 질문할 때가 온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는지. 그들은 아끼지 않고 다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