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賦人權,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권리

<백래시 정치>

by bnnapudding


우리는 매일 싸우고 있다. 직접 대면하고 목소리를 내뱉지 않아도 휴대폰만 키면 다양한 의견과 마주하게 된다. 때론 뜨겁게 동조하고 때론 냉소적인 태도로 미움을 쏟아낸다. 나는 왜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를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독히 미워하고 있는가. 이러한 분노는 본질을 흐릿하게 만든다. <백래시 정치>는 거대해진 감정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이성적인 시야로 바라보게 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이 진보적인 성과를 얻을 때마다 반드시 등장하며, 증오의 성격을 띠고 있는 그들의 혐오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경쟁에 밀린 남성들은 전통적인 남성의 성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며 금융 위기와 지속적인 노동 불안정 속에서 사회로의 진출을 하기 시작한 여성들과도 경쟁해야 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양상이었다. 이런 사실은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여성혐오가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들의 감정은 불안이나 공포에 가깝’기 때문에 결집되어 근거 없는 화살을 던진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똑같이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집어내는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의 목소리에 반응해야 된다는 의식 자체가 뿌리내리지 못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차분히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식을 상기시킨다.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교육과 불안정한 고용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하여 서서히 바꿔 나갈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백래시 정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는다. 이것은 남성들의 분노를 파고들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무력함을 느끼게 만든다. 어떤 독자들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이미 기득권 수저를 잡고 태어난 이들에게 그것을 내려놓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설득은 힘이 없어 보인다. 다음과 같은 고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얼마의 시간을 투자해야 우리 사회에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업 임원 혹은 국가 권력의 주요 관직에서 여성의 비율은 눈에 띄게 적은데 대체 누가 개인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까. 그들이 반응을 할 때까지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러는 사이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이 상처받아야 할까.


한 권의 책이 제도적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백래시 정치>는 과열된 젠더 문제 안에서 흐릿해지던 본질을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준다.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침묵하지 않는 것.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해오던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결말이다. 천부 인권. 상식이 부재한 사회에게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당연한 권리를 외쳐야만 한다.


여성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혐오가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것만으로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인권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청년 여성의 절반 이상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며, 청년 남성의 절반 이상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 자신들이 무엇을 그토록 증오하고 배척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이들의 허점을 투표율을 올리기에 활용한 정부에게는 분명한 책임이 있다. 누군가는 ‘약자 때리기’를 분석하고 더 나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젠더 갈등을 신나게 부추기고 ‘더 깊은 민주주의’로부터 자발적으로 멀어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백래시 정치> 안에 그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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