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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수교사의 3월

나에게 아주 뜨겁고 달콤한 고구마

3월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여 지난 3월 한 달을 돌아본다.



나에게 매년 3월은 뜨거운 고구마

3월은 뜨거운 고구마라고?

들고 있는 고구마가 왜 뜨거운지 묻는다면

그 이유는 바로 행정 업무 때문이다.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수교사에게 3월은 폭풍 아니 태풍 업무의 달이다.

정말 업무만 처리하다 보면 3월이 지나간다.

업무 시간을 아이들의 수업에 많이 투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새 학기에는 공문 폭탄이 자주 온다. 

각종 교육부, 교육청 지침들과 계획 공문들 등등...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힘차게 업무 포털을 켰더니 공문이 수십 개씩 와 있는 날에는 심장이 철렁하기도 한다.

아침에는 힘을 내어서 하던 행정 업무들이 퇴근 시간이 다가와도 진전이 없으면 좌절되기도 한다.

도무지 수업을 준비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워라블이 된다.


아주 급한 것들부터 하나씩 처리한다.

- 특수학급 교육과정 작성, 교육과정 점검표 제출

- 개별화 교육 협의회 진행

- 개별화 교육계획 수립

- 통합교육계획 수립

- 장애 이해 교육계획 수립

- 의무교육 관리위원회 구성

- 특수교육 통계

...


그 와중에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 수업 연구와 학습자료도 제작한다.

이 일하다 저 일하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할 때도 많다.


나에게는 소중한 뜨거운 고구마

그렇지만 나에게 이 뜨거운 고구마가 항상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고구마의 온기가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첫 번째, 소중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나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과 소리 내며 웃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3월은 아이도 나도 적응기라 힘들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적응해 나가는 이 시기가 참 좋다.

두 번째, 힘든 업무처리 와중에도 창밖을 보면 예쁘게 핀 꽃과 따뜻한 봄 날씨를 느낄 수 있다. 출퇴근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봄! 올해는 꽃이 늦게 핀다고 하지만 조금씩 물들고 있는 분홍빛, 노랑 빛이 마음에 생기를 가져다준다.


나에게 3월은 뜨거운 감자가 아닌 뜨거운 고구마이다.

아주 뜨거워 접시에 놓아버리고 싶지만

꿀처럼 달콤해 계속 먹게 되는 그런 고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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