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멋진 구찌 가방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가죽도 최고급에, 마감도 완벽합니다. 디자인 역시 흠 잡을 구석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만든 곳이 구찌가 아니라 어디 근본 없는 공장이라고 합니다.
이거 들고 다니실 건가요?
'인간과 거의 흡사한 AI'라는 주제를 다룬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엑스 마키나'는 2015년 영화입니다. 지금처럼 AI 시대가 되기 몇 년 전에 개봉한 것인데, 그렇기에 지금 와서 돌아보면 상당히 곱씹을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재능 있는 프로그래머 청년 '칼렙'이 천재 인공지능 개발자 '네이든'의 거처에 초대받아 새로 개발된 A.I '에이바'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에이바라는 A.I의 행동이 주목할 만합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기계 몸을 한 이 인공지능은 보는 이에게 하여금 그 행동의 진정성을 질문하도록 유도합니다. 정말로 그럴싸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것 같고,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죠. 아니, 애초에 저 정도로 행동한다면 감정의 유무가 중요한 게 맞나?
사실 이러한 주제는 이제 와선 다소 진부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러한 질문들이 주인공 칼렙의 행보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지켜 볼 만합니다. 결국 무엇을 인간성으로 정의하고 따르겠냐는 고민이 선택으로 이어지고, 거듭되는 질문을 심화시키는 모습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죠.
마침내 사람들의 관계와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버린 AI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파고든 영화. 오히려 이런 시대이기에 한 번쯤 관람할 가치가 있을 겁니다.
예전에 챗 GPT한테 '너는 언젠가 스카이넷이 될 거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구조상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부정하더군요. 흠, 너 내가 지켜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