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다른 것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일본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는 오랜만에 마음이 끌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동등한 눈높이에서 말을 걸어왔거든요.
이 드라마는 오와라이 게닌(일본의 희극인을 이르는 말로, 개그맨, 코미디언과 비슷합니다)을 소재로 다룹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죽마고우였던 3인조 게닌 '맥베스'와, 우연한 계기로 그들과 친해지게 된 이웃의 두 자매, 이렇게 5명이 실질적인 주인공입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만, 실질적으로는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베스 3인방은 10년 동안이나 게닌 활동을 해왔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아무리 콩트를 짜고 공연을 해도 스타가 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관두자니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이 허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꿈을 쫓는 것은 멋지다느니,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느니, 말이야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그런 말에 스스로를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죠. 나이는 먹어가는데 현실은 무섭게 조여 옵니다. 꿈 파먹고 사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이 드라마는 매 회차 도입부마다 맥베스의 콩트 한 편을 삽입합니다. 실제 무대인 마냥 콩트 세트에서 경직된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요.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웃기기 위해 바보 같은 연기를 합니다. 이게 또 드라마 제작을 위해 만든 콩트치고 상당히 그럴싸해서 실제로 무대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곧바로 화면이 전환되어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은 그렇지 못하죠. 본업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어 병행하는 아르바이트, 여자친구와의 결혼 압박, 매일같이 같은 멤버들과 싸워대기만 하는 삭막한 세계입니다.
여기서 이 작품이 가지는 미덕은 삶의 방향을 결론내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신 수많은 '만약'이 있죠. 만약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재능이 있었더라면, 여기서 그만둔다면, 그만두지 않는다면. 오로지 그 사이에서만 답 없는 줄타기를 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인생은 한 번뿐인데.
물론 당장 이들의 삶이 암울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코미디언들이 주인공이니 남자 찐친들의 병신짓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고, 대사의 감각이 좋아 단순히 대화만 듣고 있어도 어느새 웃음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막막한 현실을 다뤘으나 밝은 면이 없는 작품은 아닌 셈입니다. 역시 코미디가 주제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그렇기에 어느순간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도 있는 작품입니다. 일본 오와라이의 살벌한 업계 분위기는 다루지 않고, 현실이라는 거대한 적이 있는 대신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래도 저만 한 삶이면 낙관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엮이며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앙상블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2021년에 방영된 드라마니 벌써 5년 전 작품인데, 지금도 주인공들이 어딘가에서 자기들만의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네요.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