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종이 가위'는 책 표지 디자이너 기쿠치 노부유시의 삶을 담은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책을 읽을 때 디자인은 중요한 요소죠. 일단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표지가 예쁜 책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표지가 멋있으면 읽는 도중에도 이따금 들여다보면서 일종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거기다 책이란 건 손에 들고 보는 물건이니, 꼭 보기 좋은 것만 아니라 잡히는 감각도 고려해야 되겠죠.
그렇긴 해도 지금까지는 책의 표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출판사 직원들이 어련히 만들려니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 기쿠치 노부유시의 작업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30년째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온 장인이었으니까요. 자를 대고, 글자를 잘라 붙이며 소박하게 작업하던 결과물이 실제로 책으로 나오게 됐을 때는 세련된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제까지 그냥 '예쁘네, 멋있네' 이상의 감정은 가지지 않았던, 제가 읽어왔던 책들의 표지 역시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봤던 책들 중에도 저런 정성을 들였던 것들이 있었을까. 책의 내용까지 고려해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고민했던 것들이.
요즘은 전자책 소비량이 압도적인 시대죠. 그렇기에 이러한 '손에 잡히는 것'을 전제로 한 책 디자인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 더 간편한 것을 추구하게 되는 흐름 속에서 실물 책이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있을지. 저로서는 손에 쥐고 보는 책을 좋아합니다만...... 어쩌면 도리 없는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르긴 하죠.
하기야 이 영화도 집에서 OTT로 편하게 봐 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우습긴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