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는 산뜻한 분위기의 청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제목이 꽤 특이하죠? 배경 지식 없이 한국어 번역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을 텐데, 사실 제목 자체가 일본의 정형시의 일종인 '하이쿠'입니다. 보통 각 행마다 5-7-5음절 형식으로 쓰는 걸 원칙으로 하죠.
본래 원제 역시 온전한 하이쿠의 형식으로 지어졌습니다만, 아무래도 한국어로 번역하기엔 좀 난해했는지 이런 제목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형식은 좀 약해졌더라도 청량함이 느껴지는 괜찮은 제목 같네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하이쿠입니다. 하이틴 애니에 웬 하이쿠?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충분히 위화감 없이 극의 주제를 잘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냅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일본의 어느 소도시, 쇼핑 센터를 배경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년 '체리'와 인플루언서 소녀 '스마일'이 만나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주인공들의 이름은 일종의 예명이고 멀쩡한 본명은 따로 있습니다.
하이쿠는 체리의 취미입니다. 허우대 멀쩡해서는 남들 앞에서 잘 나서지도 못하는 소심한 체리는 생각을 더 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하이쿠를 애호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인플루언서에 활발한 스마일은 겉으로는 아무런 구김살도 없어 보이지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정반대인 것 같지만 각자의 콤플렉스가 있는 두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 내용을 차지합니다.
매우 전형적인 줄거리입니다만, 영화는 각본만이 전부가 아니죠. 이 영화는 특유의 세련된 비비드한 색감으로 시작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말 그대로 톡톡 튑니다. 그 덕에 지방의 소도시라는 호젓한 배경에 현대적인 거대 쇼핑 센터의 모습을 절묘하게 녹여낸 모습을 보자면 풍경만 감상해도 지루하지 않게 됩니다.
둘이서 걷는 해질녘의 논길, 고즈넉한 아파트, 불꽃놀이 색감 등등. 서늘하고도 청량한 여름날의 묘사를 보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있었던 여름방학의 향수를 느껴지게 하죠. 대사 몇 마디보다 어느새 반짝 불이 들어온 가로등 불빛 하나가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잘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옛것과 새것의 조화인 듯합니다. 러닝타임 내내 오래된 것들을 소재로 제시하고, 그것들을 앞서 말한 세련된 화면으로 그려냅니다. 마치 '봐, 낡았어도 아직 이렇게 볼 만한 가치가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체리의 취미이자 주요 테마로 하이쿠를 선택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표현이 서투른 소년의 소통 방법이자 젊은 남녀의 마음을 중개하는 매개체로서 제 역할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 시절 낭만이 잔잔하게 밀려오는 듯합니다. 그래피티로 그려진 하이쿠도 꽤나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