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을 존중해 줘!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안심시켜 줘!
운전을 하며 가고 있는데, 후배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팀장님, 브런치 작가 되신 거 축하해요. 그리고 저 그날 모임에 참석할 수 있어요."
"영애야 근데, 브런치 작가가 뭔지는 아니?"
"아뇨, 몰라요, 모르지만, 저는 그거 못됐는데, 팀장님은 되신 거잖아요?"
"ㅎㅎ 아냐 영애야, 누구라도 다 할 수 있어, 근데, 너 오늘 너무 바빠서 고생했지?"
"네, 바쁘긴 했는데, 제가 아직 적응 중이라 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애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지 이제 두 달이 되었다.
맞벌이하면서, 퇴근 후에는 두 아이를 육아하기 위해 허겁지겁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전화를 끊고, 영애가 했던 말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맴 돌았다.
마음이 아려온다.
책상에 앉아 오줌도 참아가며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고,
회사 퇴근 후에는 또 집으로 출근해서 육아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한단 말인가?
문득 '열심히'라는 단어가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학대처럼 느껴져서 영애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영애의 열심히'는 과거 나의 젊은 시절 '라미의 열심히'가 소환되어 더 마음이 짠해지는 것 같다
그때의 라미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라미야,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너무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애태우지 않아도 돼!"
이제, 시선을 안으로 돌려서 네 마음을 한번 봐 볼래? 네가 얼마나 안 간힘을 쓰고 있는지, 네가 얼마나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사람들은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좋아해.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거야?."
"너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거야, 너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애쓰는 마음, 그런 너의 마음을 존중해 줘,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안심시켜 줘, 마음이란 바라봐 주고, 알아봐 줄 때 네가 얼마나 치우쳐져 있는지 바로 알게 해 주거든, 내 마음을 잘 알아채는 순간, 균형이 잡아져, 그리고 그땐 나를 살리는 에너지가 나와서 진정한 '열심히'가 나와.."
이 글을 쓰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났다.
지난 시절 열심히 하겠다고 애쓰며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는 내게 진행 중인 것 같다. 어느덧 50대 아줌마가 되었고, 직장에선 중견간부가 되어 있지만, 지난날 어린 나에 대한 안쓰러움이고, 현재 안 간힘을 쓰며 더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세상 모든 영애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