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 차별하는 마음이 나와지는 것은 인간 본성이야
좋고, 싫음.. 차별하는 마음이 나와지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국내 제일의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최인아 님이 어느 날 TV 유퀴즈에 나와서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조직 속에 소수로 산다는 것은 소수민족과 같은 것이구나."
여성으로서 S그룹 임원까지 한 유능한 그녀가 남성 중심 조직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말이다.
나 역시 남성이 대다수이고, 여성이 소수인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말에 정말 공감한다.
조직 속에 소수로 오래 살다 보면, 인사 관련 등에서 누가 봐도 분명한 차별은 아닌데, 미세한 느낌으로 받는 미시적 차별 같은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불편하고 위축된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지만,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은근한 형태여서 스스로 고립감을 느끼며 혼자 견뎌온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때로는 작은 실수에도 가혹한 평가를 해서 조직 내 평판을 안 좋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그 가혹한 평가를 내가 나 스스로에게 동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그 틀에 가두어 심리적으로 많이 움츠리며 살았던 것 같다.
그동안 나 스스로 소수라는 심리적 틀에 갇혀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자유롭지 못했고, 직장 생활하면서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위축감이 많이 들곤 했었다.
우연히 직원들과 대화 중에 요즘 회사 내 이슈와 차별에 관해 얘기하게 되었다.
라미 : "그런 거 잘못 건의했다가 나는 소수민이라 원래 찍혀있는데, 더 찍히면 직장생활 너무 힘들어져요."
A : "소수민이 뭔데요?"
라미 : "아, 그거요, 직장 내에 가족 친지 한 사람 없어서 오로지 모든 걸 홀로 다 방어해야 하는 다수 속에 소수?.."
A : "어? 그러면 나도 소수민인데요, 나는 다른 시도에서 전입 와서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B : "그런데 저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소수라서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정말 있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역 차별받는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더 많은 조직에서는 남자는 아무리 잘해도 당연한 거라고 하고, 소수인 여자들이 좀 잘하면 엄청 잘한다고 칭찬을 넘치게 해 줘요. 그게 오히려 차별 아닌가요?"
라미 :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차별에 대한 느낌은 소수, 다수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소수이기에 더 힘들고 불리하다,라는 틀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 것 같다.
차별은 여자라서, 남자라서의 문제라기보다 자기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미세하고 미묘하게 느끼는 작은 차별이라 여겨지는 것도 감정이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남성 대다수 속에 여성 소수, 여성 대다수 속에 남성 소수, 그 각각의 성별이 갖는 문화적 특성에서 오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분명 있다.
어느 조직이든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은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인간 본성이다.
사람을 써야 하는 인사관리에서도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의식적으로 최대한 공평하고 합리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순식간에 그 사람에 대해 싫어하는 마음과 못마땅한 마음이 앞서서 나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직관리도 사람의 마음이 관여하는 것이기에 어느 조직이든 다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상황에 따라 차별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을 당할 때 그냥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 본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와지는 싫고, 좋고의 마음작용이라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상대를 대하는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그 앞에서 당당한 힘이 나와져서 설득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직원들을 대할 때 마음이 더 가는 직원도 있고, 불편한 직원도 있다.
그것도 차별이라면 차별일 것이다.
내 안에서 차별하는 마음이 나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알아채는 것)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알게 되면 그 사람을 대할 때 좋음, 싫음에 치우쳐져 있는 나 자신이 보이고,
그런 나 자신이 보이게 되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 없는 공평함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